▶ 공인회계사 신석호
▶ 1992년 플러싱에 연 사무실, 동료 18명 회계법인으로 성장

사무실에서 근무중인 신석호 회계사.
▶ 워렌 버핏과의 만남서 검소함과 기부정신에 깊은 인상
▶ ‘손주 바보’ 할아버지⋯손주가 살아갈 세상 기성세대의 책임 통감
1978년, 신석호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뉴욕 땅을 밟았다. 서독 파견 간호원으로 일하던 이모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민이었다. 당시 정부가 허용한 반출금은 1인당 3,000달러. 부모와 자신, 세 식구가 들고 온 전 재산은 9,000달러였다. 정착지는 브루클린. 낯선 언어와 문화,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이민은 꿈이기보다 생존이었다.
■뉴욕에서 일군 삶의 지혜와 도전
아버지는 잡화점에서, 어머니는 봉제공장에서 하루를 쌓아 올렸다. 그는 브루클린 칼리지에 등록했지만, 집과 학교, 교회를 오가는 삶은 상상했던 ‘넓은 미국’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현실은 한국보다 더 협소하게 느껴졌던 생활 반경 속에서도, 막연하지만 분명한 기대 하나는 있었다. ‘이 땅에서는, 노력하면 뭔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리고 그는 젊었다.
미국 대학은 그에게 또 다른 시련이었다. 교수가 주인이 아니라 학생이 주인이 되는 교실, 질문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수업. 남녀칠세부동석과 장유유서에 익숙했던 그에게 자유로운 토론 문화는 언어 장벽과 맞물려 심리적 고통이었다. 브루클린 칼리지에서 한 학기를 한 후 너무 힘들어서 뭔가 변화를 주기 위해 집에서 가장 가까운 버룩 칼리지로 옮겼다.
컴퓨터 전공은 맞지 않았다. 그러나 회계학은 달랐다. 성적도, 흥미도 따라왔다. 뉴욕메트로폴리탄 지역 CPA의 3분의 2를 배출한 학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는 비로소 전공과 자신이 맞물리는 지점을 발견했다.
■47명의 비즈니스 고객, 그리고 한숨
첫 직장은 로컬 회계법인이었다. 신입 회계사에게 맡겨진 고객은 무려 47명. 이론은 있었지만 실무는 없었다. 그는 일하며 배웠고, 배우며 버텼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날이 많았다. 2년간 로컬회계법인 근무 후, 법무법인의 회계·세무 매니저를 거쳐, 세계적인 회계법인 Ernst & Young에 합류했다.
플로리다 디즈니월드에서 진행된 Ernst & Young 합숙 트레이닝은 그에게 또 하나의 문화 충격이었다. 정답 없는 문제, 협업으로 풀어내는 과제. 미국 동료들은 말하고 엮고 결론을 만들어냈다.
그는 그 속에서 ‘전문성은 실력 이전에 소통’임을 배웠다. 전문가로 성공하려면 생각하기 말하기, 듣기를 통해서 동료들과 소통하기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1992년, 플러싱에서 연 사무실
7년의 직장 생활 후, 그는 1992년 플러싱에서 개인 사무실을 열었다. 발전하는 애틀랜타도 고려했지만, “뉴욕에는 회계법인의 경쟁도 많지만 시장이 훨씬 크다”는 단순하고 정확한 판단이 결정을 이끌었다. 혼자 시작한 사무실은 현재 뉴욕과 뉴저지에 걸쳐 18명의 동료들, 1,000개 이상의 비즈니스를 책임지는 회계법인으로 성장했다.
어느 순간, 그는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니라, 이 동료들이 성장하도록 도와야 하는 위치에 서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의 목표는 바뀌었다.
“우리가 고객을 성장시키고, 직원들이 전문인으로 자리잡도록 돕겠다. 관점이 내가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서 어떻게 하면 동료직원을 돈 벌게 해줄까? 그러한 과정에서 나는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겠다.”
그가 말하는 은퇴란, 바로 이런 방식이다. 다 같이 공동운명체로 다 같은 공동주인으로 등장해서 고객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숫자보다 사람, 상담은 대화다
그는 수많은 단체에서 봉사했고, 그러나 그 봉사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한마디 그의 조언으로 20만 달러의 이익을 본 고객도 있다. 그러나 그는 강조한다. “상담은 가르침이 아니라 쌍방간의 말하기와 듣기인 주고 받음” 이라고. 그러한 과정에서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고 새로운 국면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맨하탄 한복판에서 그리는 상상
1250 Broadway, 39층 빌딩 앞을 지날 때마다 그는 상상한다. 한국인 투자자들이 조합을 만들어 이 건물을 소유한다면? 100만 달러씩 500명, 혹은 10만 달러씩 2,000명. 나머지는 모기지로. 엠파이어 빌딩과 펜스테이션이 인접한 이 곳에서, 그는 묻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일을 해낼 한국인 현대판 애국자는 없는가?” 그의 질문은 몽상이 아니라 제안이다.
■워렌 버핏, 그리고 준비된 만남
2025년 5월, 그는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셔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워렌 버핏을 가까이서 보고, 그의 철학과 검소함, 기부 정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같은 해 가을, 빅애플 주최 토크쇼에서는 워렌 버핏을 주제로 한 깊이있는 강연과 구수한 입담, 철저한 준비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무엇이든 해낼 자질, 잠재력을 보였다.
■손주 알로, 생명의 기적을 바라보다
신석호에게 손주 알로(16개월)는 단순한 손주가 아니다. 생명의 발랄함과 신비 그 자체다. 알로를 통해서 모든 어린 생명에게 새로운 관심이 증폭되었고, 그들이 살 사회를 좀 더 아름답게 만들 책임이 기성세대에게 있다고 믿는다.
그는 매일 아침 인근 동네의 딸네 집을 찾아가 한 시간씩 외손자 알로와 놀고 온다. 어린 생명에게서 힘과 기쁨 그리고 많은 느낌을 받는다. 딸이 엄마로 변혁되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도 큰 흥미거리란다.
“행복한 사람이 되기보다 의미 있는 사람이 되어라. 그러면 행복은 조용히 따라온다.” 손주에게 기도처럼 속으로 던지는 이 말은 그에게 삶의 실천이다.
■커피 한 잔으로 남기는 인사
그는 마지막 인사를 자신의 시 ‘커피 한 잔’으로 대신한다. 아프리카나 남미의 커피농장에서 재배된 커피열매... 태평양/대서양에서도 흘러 봤고, 어느 때는 얼음으로 한때는 구름으로도 존재했던 물, 그러한 긴 과정과 여정을 거쳐 우리 앞에 놓인 ‘커피 한 잔’처럼, 이민의 시간 또한 쉼 없이 흘러 이 자리에 도달했음을 말하며.
커피 잔 들며/ 미숙이 절반인 인생/ 성찰이 가능하다면/ 커피 한 모금에/ 갈급한 관심/ 그대에게/ 먼저 보낼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지금, 저랑 커피 한 잔 하실까요?”
“Shall we have a cup of coffee, now?"
숫자를 다뤘지만, 결국 사람과 그 관계를 전부로 아는 회계사. 각 사람에게 있는 그들 고유의 세계와 문화문명을 서로 나누고 대화하고 싶다는 알로 할아버지, 지금까지는 조화로 산 것 같은데, 인생 후반부는 생화로 살아야 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신석호의 은퇴란 “40년간의 지혜를 젊은이들과 좀 더 나누며 사회에는 뭔가 봉사와 기여를 하면서 살고싶다.”
신석호의 은퇴계획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되려는, 조용하면서도 분명한 재등장이다.

‘I love golf’ 예찬주의자.
“골프·독서는 이민생활 지탱하는 힘”
■ 골프와 독서
골프는 그의 이민생활을 지탱하는 한 축이다. 한도 끝도 없는 골프. 첫 홀인원은 2001년 7월 15일. 템포와 밸런스가 맞아 떨어진 그 순간을 그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에게 골프 친구들은 Extended family이다. 그는 골프 예찬주의자이다.
독서는 저비용 고효율의 최고의 행위다. 산다는 것은 World experience와 Word experience를 하는 것인데, Word experience는 독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그는 말한다.
독서를 통해서 새로운 생각과 의식이 생기면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행동하게 되고, 그것이 사람의 존재 방식이 된다고 말한다.
독서는 삶의 확장이자 심화이며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
여주영 고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