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갤릭호를 타고 온 미국 내 초기 한인들은 모진 환경 속에서도 조국의 독립과 건국을 위해 헌신하며 한인사회를 형성했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나, 1965년 미국의 이민법 개정으로 물밀듯 이주해 온 한인들은 지난 60년간 조국의 산업화와 민주화에 공헌했으며 미국 곳곳에 코리아타운을 건설했다.
앞으로의 60년 동안 한인들은 어떻게 한인사회, 즉 코리아타운을 유지ㆍ발전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에 미국 내 유대인 사회와 비교하여 한인 사회의 미래 발전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미국 내 유대인 사회의 성공은 흔히 부와 권력, 강력한 네트워크로 설명된다. 그러나 그들의 진짜 강점은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이 문서와 제도, 문화로 축적되어 다음 세대로 넘어갔다는 점에 있다. 반면 미주 한인 사회는 눈부신 개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 성취가 공동체의 구조로 남지 못한 채 흩어질 위험 앞에 서 있다.
이제 미국 한인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성공한 이민 사회인가? 또 지속 가능한 공동체인가?”
유대인 사회에서 교육은 개인의 출세 수단이 아니다. 교육의 핵심은 “누가 더 잘되는가”가 아니라 “누가 다음 세대를 책임지는가”였다.
한인 사회의 교육열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그 에너지는 거의 전부 개별 가정의 경쟁 전략으로 소모된다. 그 결과 2세, 3세로 갈수록 한인 정체성은 희미해지고, 개인만 남는다.
종교기관의 역할에서도 두 공동체는 뚜렷이 갈린다. 유대인 회당은 단순한 예배 공간이 아니다. 복지와 교육, 정치 정보와 위기 대응이 결합된 공동체 운영의 중심 인프라다. 신앙은 사회적 역할과 분리되지 않는다.
반면 한인 교회는 규모와 헌금 면에서 강력한 조직임에도, 지나치게 내부 신앙 문제에 에너지를 소진해 왔다. 이민 정착 지원, 청년 멘토링, 시민 참여 같은 기능은 부차적이다.
정치 참여 역시 마찬가지다. 유대인 사회는 특정 정당의 하위 집단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의제 중심 정치를 구축해 왔다. 한인사회에서 정치 참여는 여전히 개인의 성향이나 일시적 분노에 좌우된다. 투표율은 낮고, 정책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정치가 선택 사항으로 남아 있는 한, 공동체는 언제나 정책의 대상에 머문다.
리더십 구조도 다르다. 유대인 사회의 힘은 유명 인물에게 있지 않다. 정치, 법조, 학계, 미디어 전반에 분산된 대체 가능한 리더 시스템이 작동한다. 반면 한인 사회는 여전히 몇몇 인물에게 기대를 건다.
개인이 무너지면 구조도 함께 흔들린다. 성공을 대하는 태도는 더 결정적이다. 유대인 사회에서 성공은 곧 책임이다. 성공은 개인의 종착점이 아니라 공동체로 다시 흘러 들어간다. 한인 사회의 성공은 존경받지만, 대부분 개인의 이야기로 끝난다. 공동체로 환원되지 않는 성공은 다음 세대를 위한 자산이 되지 못한다.
조직 구조에서도 한인 사회는 취약하다. 단체는 많지만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 반면 유대인 사회는 완벽한 통합을 추구하지 않지만 조정 가능한 연합 구조를 통해 갈등을 관리하고 대응력을 유지한다. 차별에 대한 대응 역시 감정과 시스템의 차이다. 법률, 미디어, 교육 매뉴얼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 한인사회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분노로 대응하고, 시간이 지나면 잊는다.
마지막으로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이 다르다. 유대인 사회는 “얼마를 벌었는가”를 묻지 않는다. 투표율, 교육의 지속성, 리더의 재생산이 공동체의 성과 지표다. 한인 사회는 여전히 개인 소득과 직업에 집착한다.
결국 문제는 이것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유대인 사회는 특별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공동체가 하나가 되어 전략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지속되었다. 미국 한인 사회 역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성공한 개인들의 집합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의식적으로 설계된 공동체로 전환할 것인가.
공동체는 자연히 유지되지 않는다. 설계되고 기록될 때만,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 이제 미국 한인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얼마나 성공했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 유대인 커뮤니티의 전략은 모방 대상이 아니라 참고서다.
<
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