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雪景)의 낱장 캘린더가 한 해의 내리막길로 가고 있다. 유턴이 불가능한 원웨이 길목에 서서 잠시 느끼는 쓸쓸함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따스한 햇살 드는 창가에서 책을 읽으며 변형(transformation)과 반전(reversal)의 의미를 만난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우리의 삶은 유년기 호기심을 지나 청년기의 열정과 중년기에 짊어져야 했던 짐이 있었다. 흘러간 세월은 이제 우리를 빈 수레 끌며 내리막길로 접어들게 한다. 그러고 보면, 지금이야말로 변형과 반전이 일어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삶의 지혜가 쌓인 연륜이기에 더 깊이 있고 더 풍요로운 삶을 그려 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우리의 삶이 더하기였다면 이제는 빼기와 곱하기의 삶으로 전환할 때인 것 같다.
사회적 지위와 업무의 성과 그리고 자녀 양육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내면의 평화와 지혜 그리고 자유라는 가치를 얹어 놓아야 할 것 같다. 달려야만 했던 고달픈 삶에서 이제는 천천히 걸으며 길가의 꽃과 한 편의 시를 감상해 보는 여유의 삶으로 변형시켜 보는 것이다. 지난날의 틀에서 벗어나 현재를 충실하고 즐겁게 살아보는 것이다.
반전을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의 은퇴는 일로부터 은퇴이지 삶의 은퇴는 아닐 것이다. 배움을 멈추는 순간 삶의 활력도 멈추어질 것이다. 이제는 점수 따기 위한 경쟁이 아니고 순수한 즐거움을 위한 배움의 길로 들어서 보는 것이다.
지난날 배우고 싶었던 악기를 다루거나, 새로운 언어에 도전하거나, 다양한 예술을 접하거나 혹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활용법을 익혀 젊은이들과의 소통의 시간도 가져 보는 것이다.
배움은 뇌를 활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커뮤니티와 연결 고리가 되어 소통이라는 긍정적 반전을 통해 외로운 고립감도 해소될 것이다.
이러한 변형으로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해왔던 고달픈 역할에서 벗어나 나 자신의 시간이 될 것이다. 이는 결코 이기적인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평생 쌓아온 지혜와 경험을 사회 단체의 멘토(Mentor)나 봉사자로 새로운 역할을 찾는 반전이 될 것이다. 또한 지역 사회에서 재능을 나누거나 젊은 세대에게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일로써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느끼게 될 것이다.
스스로의 삶에 변형과 반전은 외적인 환경에서가 아니라 내적인 나의 행동에서 비롯된다고 생각 된다. 과거를 수용하되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감사하며 새로운 배움과 새로운 관계로 마음을 열어 보자. 자신의 경험을 기꺼이 나누는 일이야말로 우리 삶의 후반전을 가장 빛나고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영국의 소설가 C.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는 말했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자신이 되어가는 것이다” 라고.
지금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가장 성숙한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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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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