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수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
▶ 중등도 이상 난청 환자 39만여명 분석
▶ 청각재활, 난청으로 인한 인지부담 줄여
심한 난청 환자에 인공와우를 이식하면 치매 발병 위험이 최대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가 단위의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인공와우가 단순한 청력 재활을 넘어 노년기 치매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입증한 국내 첫 사례다.
장영수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팀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서울성모병원 연구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장애등록시스템 데이터를 활용해 2010~2020년 장애 등록 기준을 충족하는 중등도 이상의 난청으로 진단된 환자 39만1,195명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대상자 전원은 난청으로 진단될 당시 치매 진단 이력이 없는 상태였다. 분석 결과 인공와우 이식 환자 5,814명 중 4.9%는 추적기간동안 치매로 진단됐다. 이 기간 인공와우를 이식하지 않았던 38만5,381명의 치매 진단율은 16.1%로 3배 가량 차이가 났다.
연령별로 보면 50세 이상 환자군 35만6,850명 중 인공와우 이식군의 치매 진단율은 11.2%로, 비이식군(17.5%)보다 낮았다. 70세 이상 고령층의 치매 진단율도 각각 18.4%, 21.8%로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인공와우 이식을 받은 난청 환자는 치매 발병 시기도 상대적으로 늦었다. 난청 진단 후 치매가 발생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인공와우 이식군에서 평균 1,886.9일(약 5.2년)인 데 비해 비이식군은 587.7일(약 1.6년)에 그쳤다. 단순 계산하면 인공와우 이식 군의 치매 발병 시점이 3배 이상 늦은 것이다.
연구진은 인공와우 이식이 치매 위험을 낮추는 이유에 대해 청각 재활이 난청으로 인한 뇌의 인지적 부담을 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난청이 심할수록 뇌는 소리를 구별하고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고, 그로 인해 기억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인지 기능에 사용할 여력이 줄어든다. 인공와우를 이식하면 이러한 뇌의 과부하를 덜어주면서 인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할 수 있게 돕는다는 것이다.
장영수 교수는 “난청은 수정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할 뿐 아니라 치료를 통해 적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인공와우 이식술이 단순히 소리를 듣게 하는 기기가 아니라 뇌의 인지기능을 지키는 중요한 치료 수단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70세 이상에서도 효과가 확인된 만큼 고령 난청 환자에서 청력 치료가 치매 예방의 새로운 접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향후 무작위 대조임상을 통해 청각 재활이 인지 기능 유지에 미치는 구체적 생리학적 원리를 밝힐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이과학과 신경학'(Otology and Neurotology)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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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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