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나 누구나 생성형AI
▶ 챗GPT로 생기부 관리하는 교사
▶ 발 빠르게 창업해 기회 선점
▶ AI 활용 뛰어난 ‘챗GPT 인류’
초등학교 교사인 한준구(38)씨는 직접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관리한다. 아이들이 자주 하는 행동을 목록으로 만들어 매번 꼼꼼히 입력한 뒤, 최종 평가 때는 한 해 동안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 직접 작성한다. 필요한 앱을 손쉽게 만들 수 있었던 건 챗GPT의 도움을 받아 ‘바이브 코딩’을 했기 때문이다. 한씨는 “자동화한 이후 데이터에 기반해 더 객관적인 평가를 하게 됐고, 업무 시간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2022년 11월 30일 오픈AI가 출시한 챗GPT의 등장으로 인류는 AI와 공존을 시작했다. 오픈AI에 따르면 챗GPT 출시 후 5일 만에 사용자가 100만 명을 넘었고, 올해 10월에는 주간 사용자가 8억 명으로 크게 늘었다. 세계 성인 인구의 약 10%가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사이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구글 제미나이 등 다양한 생성형 AI 서비스가 등장해 생태계를 이뤘다. 세계는 생성형 AI 없는 일상은 상상할 수 없는 ‘챗GPT 인류’로 진화하고 있다.
오픈AI는 챗GPT 출시 3년 차를 맞아 최근 첫 공식 사용자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2024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18세 이상 사용자가 챗GPT에서 나눈 대화 중 무작위로 추출한 110만 건을 살펴본 결과다. 연구진은 개인정보를 익명화한 뒤 데이터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기 챗GPT 인류는 한씨 같은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다. 신기술 이해도가 높은 집단인 이유도 있지만, 생성형AI의 특성이 주효했다. 단순히 정해진 답을 내놓는 도구를 넘어 사람처럼 추론을 하는 ‘지능’인 만큼 지식노동자의 업무 보조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챗GPT 사용자층은 넓어지고 있다. 오픈AI는 출시 초기 사용자 이름의 약 80%가 ‘남성적인’ 이름이었으나, 올 6월에는 ‘여성적인’ 이름 비중이 절반이 됐다고 밝혔다. 메시지의 46%를 18~25세가 입력했지만, 점점 더 다양한 연령이 참여하는 추세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이도 있다. 대학생 때 생성형AI 콘텐츠 스타트업 ‘아이스케이프’를 창업한 조세희(26)씨는 시각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이던 2022년 처음 ‘달리’와 같은 이미지 생성AI를 접했다. “AI를 쓰면 쓸수록 빠르게 발전하는 걸 보고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다”는 조씨는 대형 방송사와 협업하고, 대기업 초청으로 강연을 한다. 또래 디자이너에겐 드문 경험이다.
사용자가 다양해지면서 챗GPT를 일상에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오픈AI의 분석에선 지난해 6월 전체 대화 중 53%에 달하던 업무 외 메시지 비중이 올 6월 73%로 늘었다. 건강 정보를 찾거나, 물건을 비교하는 일에 챗GPT를 쓰는 것이다. 보고서는 “그간 생성형AI 모델의 경제성 분석은 업무 생산성 개선에 초점을 뒀지만, 일상적 활동에서 창출할 가치가 잠재적으로 더 커 보인다”고 예상했다. 지난달 오픈AI가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와 제휴해 챗GPT에서 직접 쇼핑하는 기능을 제공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같은 현상은 생성형AI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는 반면, 사용자들은 그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머지않아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의 지난해 분석에 따르면, AI는 단기적으로 저숙련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여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AI 활용 능력이 뛰어난 일부 개인과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들도 이를 체감한다. 조씨는 “주변 친구들이 AI를 운세를 보거나 프로필 사진을 꾸미는 데 쓰다가, 최근 뒤늦게 업무 활용을 배우고 있다”며 “그사이 실무 경험이 많은 경력직 디자이너들이 AI를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주니어의 자리가 줄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실장은 “전공 지식이 풍부한 30, 40대 연구원들이 AI로 업무를 효율화하면서, 예전에 그 업무를 하며 일을 배우던 신입 연구자들에게 기회의 문이 닫히고 있다”고 했다. 변화가 워낙 빠르다 보니 나만 AI 활용에서 뒤처졌나 불안해하는 ‘포모’ 심리도 적지 않다.
이에 교육기관들은 생성형AI 모델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수업에 접목하고 있다. AI를 익숙하게 쓰는 ‘AI 네이티브’를 양성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국내 대학 최초로 자체 개발한 생성형AI 모델인 ‘유니아이(UNIAI)’ 운영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임종희 UNIST 정보화전략팀장은 “AI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도태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학생 때부터 AI를 활용해 더 깊고 효율적으로 학습하며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챗GPT 인류의 흐름에서 노년층은 한발 떨어져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24년 한국미디어패널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생성형AI 이용률은 2%에 그쳤다. 대부분 서비스 자체를 잘 모르는데, AI 활용 목적 중 ‘일상적 대화’는 60대(14.8%)와 70대(49.6%)가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AI로 정서적 교감을 채우고 싶지만, 익숙하지 않은 방식에 부딪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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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정·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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