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구입할수록 할인 혜택↓
▶ 고객 데이터로 혜택 차별
▶ 스타벅스·크로거’등 논란
▶ ‘데이터 요구·불만’ 제기

스타벅스 등 대기업이 리워드 카드 회원의 데이터를 할인 혜택을 차별하기 위한 정책에 활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로이터]
리워드(멤버십) 카드를 찍을 때마다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많은 기업이 포인트, 할인, 혜택 등을 통해 이른바‘충성 고객’에게 보상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면밀히 추적해 소비자가 얼마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분석해 그에 맞춰 가격을 차별적으로 책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 많이 구입할 수록 할인 혜택↓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최근 스타벅스의 리워드 앱에서 그 증거를 발견했다. 가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스타벅스에 자신에 대한 리워드 프로그램 수집 데이터를 요청했고, 이를 ‘연방거래위원회’(FTC) 출신의 소비자 보호 전문가 두 명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뜻밖의 사실이 드러났다.
기자가 커피를 더 자주 구입한 달일수록 앱이 제공하는 할인 프로모션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충성 고객’일수록 오히려 적은 혜택을 받은 셈이다. 사무엘 레빈 전 FTC 소비자보호국 디렉터는 “스타벅스의 가장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오히려 가장 적은 쿠폰 혜택을 받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라고 평가했다.
레빈 전 국장과 스테파니 응우옌 전 FTC 최고기술책임자에 따르면 이런 현상이 우연이 아니다. 항공사나 대형마트 등이 제공하는 많은 리워드 프로그램은 고객의 클릭 동선, 위치, 검색 기록, 심지어 타사로부터 구매한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의 소득 수준, 성향, 소비 습관, 가격 민감도까지 면밀히 분석한다.
이 같은 프로그램이 ‘인공지능’(AI)과 개인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별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감시 가격’(Surveillance Pricing) 도구로 활용된다는 지적이다.
■ 충성 고객 데이터, ‘차별 가격’에 활용스타벅스 측은 개인별 구매나 행동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호도와 구매 이력에 기반한 ‘추론’(Inference)을 통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어떤 기준으로 고객을 구분해 혜택을 다르게 주는지, 단골에게 할인 프로모션을 줄이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스타벅스 측은 “리워드 회원들은 ‘별’(Star)을 적립해 무료 음료 등으로 교환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본다”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기자처럼 할인 빈도가 줄어드는 소비자의 경우, 결과적으로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게 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어떤 고객에게 50% 할인 쿠폰이 주어지고, 다른 고객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면, 같은 5달러짜리 라떼를 살 때 쿠폰을 받은 고객은 2달러 50센트, 못 받은 고객은 5달러를 지불하는 셈이다. 응우옌 전 기술책임자는 “이런 맞춤형 할인은 개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감시 가격의 일종”이라고 지적했다.
스타벅스가 기자에게 제공한 개인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2022년 이후 기자가 구입한 모든 음료와 음식, 제공된 모든 혜택, 앱 클릭 기록 등의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있었다. 또 이 정보가 개인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마케팅과 가격 책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 브로커를 포함한 외부 업체 64곳과 공유될 수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스타벅스는 어떤 추론을 통해 고객을 분류하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으며, 관련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스타벅스는 투자자 대상 발표에서 AI를 활용한 맞춤형 리워드 전략을 강조해왔다. 락스만 나라시만 당시CEO는 2024년 1월 실적 발표에서 “자체 AI 플랫폼 ‘딥브루’(Deep Brew)를 통해 특정 리워드 회원 집단을 식별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새로운 기능을 활성화했다”라고 밝혔는데, 이는 충성 고객 대상 보상보다 덜 자주 방문하는 고객 대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뜻을 해석될 수 있다.
■ 스타벅스만의 문제 아니다소비자단체 ‘컨슈머 리포트’의 조사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체 크로거도 고객의 추정 소득 등 세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할인 쿠폰을 개인별로 차등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운영 방침에 따라 소득이 낮은 고객이 오히려 더 적은 혜택을 받는 경우도 발견됐다. 크로거 측은 “제품 가격을 차별화하지 않고 할인 쿠폰만 차별 발급한다”라고 해명했다.
리워드 프로그램이 여러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큰 혜택으로 가입을 유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보상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가 대표적이다. 예전에는 동일한 포인트로 비행기 표를 바꿀 수 있었지만, 지금은 훨씬 더 많은 포인트가 필요한 것이 그 예다.
이 같은 구조는 다른 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응우옌 전 기술책임자는 “우유를 구입할 때도 앱 설치, 구독 동의, 개인정보 제공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라며 “심지어 무료 프로그램조차 포인트를 잃기 싫어 탈퇴를 주저하게 만들고 개인정보 우려가 있어도 해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업소 번갈아 이용당장 모든 리워드 프로그램을 탈퇴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응은 아니다. 물가 상승, 관세, 생활비 부담으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에게 리워드 프로그램은 생필품 할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생필품 할인 가격 구입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은 관할 주 법에 따라 기업에 자신에 대한 데이터 공개를 요청하거나, 주 검찰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또는 단순히 ‘덜 충성’하는 방법도 있다. 가게를 번갈아 이용하며 기업이 ‘당신은 우리 충성 고객이다’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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