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을 하늘은 코발트 색으로 높고 아름답다고 수없이 들으며 자랐다.
내가 학창시절에 미국의 린든 비 존슨 대통령이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시내로 오다가, 추수를 앞둔 논 앞에 차를 세워 벼를 들어 올리며 원더풀(Wonderful)이라고 아주 멋지다고 말했다는 기사와 사진을 신문에서 본 기억이 있다.
영어 선생님이 존슨 대통령의 연설문을 교재로 가르치셨다. 신문 지상에서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이 코발트 색이고 높고 푸르다는 기사를 많이 보아 나는 한국의 가을 하늘만이 유난히도 아름다운 것으로 알았다.
나중에 회사에서 유럽의 나라들과 미국을 가을에 출장으로 가보고이 나라들의 가을 하늘도 높고 푸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추석에 햇 과일과 햇 곡식으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도 한다.
다음은 고국을 떠나 미국에 살고 있는 내가 지은 ‘추석에’ 라는 제목의 시이다. “뿌리 없는 나무가 어디 있을까마는 / 조상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 이 몸은 태평양 건너와 광야에서 허둥대느라 / 조국의 조상님 묘소에 성묘도 못하고 / 한가위 보름달 바라보며 홀로 눈물 삼키고 / 마음만 달빛에 띄워 보내네”
늦가을 단풍이 떨어져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면 가을은 소멸의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은 남자들이 쓸쓸해지며 감상적이 되기 쉽다고 해서 가을을 타는 남자라는 말도 있다.
옛날에는 남성이 주로 밖에 나가 일을 해서 그렇게 부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도 청소년 시절부터 가을에는 웬지 슬퍼지고 감성적이 되는 것을 느끼는 가을을 타는 남자이다. 가을에 관한 노래는 많지만 나는 ‘이별의 노래’ 라는 시와 노래를 좋아한다.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박목월 시인이 사랑하는 여인과의 이별을 노래한 시이지만 사랑 대신에 인생을 넣어도 좋은 시라고 본다.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성장을 위해 열심히 일하며 살지만 결국은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사라진다.
삶은 유한하고 영원하지 않다. 모든 사람이 무지개를 향해 가지만 무지 개를 잡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생존을 위해 정성껏 살아야 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더 높은 영혼의 평화와 기쁨을 추구하는 것이 소중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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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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