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1장은 하나님의 천지창조에 관한 말씀이다. 세상을 창조하실 때 마지막 6일째 되는 날 하나님은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 (창 1:27) 인간 존엄성의 대표적인 표현인 “하나님의 형상”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형상’의 히브리원어인 ‘첼렘’은 ‘이미지’, ‘그림’, ‘닮은 꼴’ 이란 뜻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였다는 것은 인간의 외모가 하나님과 닮았다고 이해하였다. 로마 교황청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는 르네상스의 미술가이자 조각가인 미켈란젤로(1475~1564년)가 그린 ‘천지창조’ 가 있다. 이 그림에 묘사된 아담의 창조를 보면 하나님은 근엄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나님의 형상”이란 인간의 외모가 하나님 과 닮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는 인문주의에 바탕을 둔 문예부흥으로 르네상스 미술에서는 인간의 육체의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나 하나님을 인간의 외모로 표현한 것은 마치 ‘혹성탈출’이란 영화에서 원숭이가 자기들의 신의 형상을 원숭이로 묘사한 것처럼 인간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보여준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인간의 이성을 지식의 제일 근원으로 보는 합리론 또는 이성주의가 등장하여, 인간은 이성을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알 수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형상”이란 인간의 이성을 뜻한다고 주장하였다. 동물에게는 없는 인간의 이성적 사고가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존재나 우주의 법칙을 이성으로 알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주장에 근거하여 등장한 것이 이신론(理神論, deism)이다. 이신론에서는 신이 세상을 창조한 것을 인정하지만, 창조된 세상은 마치 시계처럼 창조주와는 별개로 물리법칙에 의해 움직인다고 본다. 이신론에 따르면, 신은 인간에게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충분한 방법을 주셨는데, 바로 이성이다. 그러므로 더 이상 신의 계시 없이 인간의 이성으로서만 신의 존재나 우주의 법칙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1, 2차 세계대전의 뼈아픈 경험을 통하여 인간의 이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일어났다.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학살, 731부대의 생체실험, 난징대학살 등, 잘 교육받은 이성적인 인간들인 정치가, 의사, 과학자, 군 장성들에 의해 온갖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인 일들이 자행되었기 때문이다.
20세기 들어오면서 이러한 인간의 이성에 대한 회의에 반론을 제기하며 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년) 같은 학자에 의해 신정통주의 신학이 등장한다. 칼 바르트는 하나님의 형상이란 인간의 외모나 이성이 하나님과 닮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전인격적인 관계성을 의미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렇듯 하나님의 형상에 관한 다양한 주장들이 있지만, 사실 고대 사회에서 신(神)의 형상이란 왕을 뜻하는 말이었다. 왕은 하늘에 있는 보이지 않는 신을 대신하여 인간 사회를 다스리도록 한 신의 대리자였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였다는 것은 인간은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를 다스릴 왕적 대리자라는 뜻이다.
고대의 다른 사회에서는 왕을 신의 대리자로 이해함으로써 모든 백성이 왕을 신처럼 모시도록 하였지만, 성경은 모든 인간이 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남자와 여자로 창조된” 인간은 인종,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 다 하나님 앞에 동등한 존재들이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는 성경의 증언은 인류 최초의 평등선언이다.
창세기 1장 26~28절을 보면,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다는 말씀과 그들에게 세상의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셨다는 말씀이 병행해서 나온다. 여기서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말씀은 세계를 지배하고 약탈하라는 것이 아니라 잘 관리하고 보존하라는 뜻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은 하나님의 왕적 대리자로서 하나님이 창조하고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신 이 세계를 잘 관리하고 보존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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