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 김 아이보리우드 에듀케이션 대표
주간 날씨 예보에 따르면, 제374회 하버드 졸업식 당일에는 비가 올 확률이 80%였습니다. 제 졸업식은 아니었지만, 저는 2025학번 졸업반 동문 마셜 자격으로 초청을 받아 참석을 예정이었고, 새로 산 끌로에 클로그와 가장 격식 있는 정장을 챙겨 케임브리지, 매사추세츠행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날씨와는 관계없이, 최고의 하루가 되기를 기대하며 말입니다.
이달 초, 저는 그렇게 전 세계에서 모인 11,000명이 넘는 졸업생들과 약 10,000여 명에 이르는 동문들과 함께 하버드 역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 졸업식에 참석하여 학부 졸업생들의 성취를 축하하고, 하버드의 유명한 동문 축제에도 함께했습니다.
졸업식 당일에는 올 블랙 예복을 입고, 진홍색 로제트를 달고, 마셜 복장에 걸맞은 장식이 달린 모자를 쓴 채 행사의 행렬을 안내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저를 친절히 맞아주신 하버드 의대 교수님께 작별 인사를 건네기 전, 저는 교수님이 거주하는 대학 인근의 빅토리아 양식 주택들이 줄지어 선 고풍스러운 벽돌 길을 따라 쿼드랭글까지 발길을 옮겼습니다. 그곳은 제가 하버드에서 수학하던 시절 머무르며 인생의 한 챕터를 써 내려갔던 장소였습니다. 어느덧 저의 뒤로 멀리서부터 들려오던 트럼펫 소리와 음악 소리, 사람들의 즐거운 환호가 점점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활기 넘치는 졸업 예정자들이 줄을 지어 가든 스트리트를 따라 저와 함께 하버드 야드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노 킹스(No Kings) 시위부터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무역 및 관세 전쟁, 심지어 고등교육에 대한 공격에 이르기까지, 지금 같이 사회적 혼란이 가득한 뉴스만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시기에, 저는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의 역사보다도 오랜 시간을 버틴 참나무와 느릅나무에 둘러싸여 서 있었습니다. 고풍스러운 나무들은 제가 한때 Government 30 (정치학 입문)과 Moral Reasoning 22 (윤리학 입문)을 수강했던 유서 깊은 건물들을 에워싸고 있었고, 어느새 제 마음속에는 평온함이 깃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따금씩 제게 하버드에서의 시간이 어땠는지 묻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의 대답은 “인생의 변화,” “탈바꿈,” “나라는 사람의 시작점”이라는 말로 답하곤 했습니다. 입학 후 처음으로 존스턴 게이트를 지나쳤을 때만 해도, 하버드가 제게 가져다 줄 변화가 이토록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뜻깊은 졸업식 행사를 위해 한 데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며, 저는 이곳 하버드만의 신성함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제 오른쪽에는 가나 출신의 디자인 스쿨 동문이, 왼쪽에는 공중보건학 석사 학위를 받은 이집트 출신 아흐메드가 서 있었고, 하버드 매표소에서 20년 동안 일해온 노스 쇼어 출신의 베테랑, 에린이 함께했습니다. 졸업식을 자랑스럽게 지켜보려는 부모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는 질서 정연한 혼돈 속에서, 아흐메드가 제게 하버드 동문회 판초를 건네는 순간, 머리 위 구름은 점점 짙어지며 잿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끝내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진실은, 모든 불안과 우려, 그리고 예보가 모두 빗나갔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그 “진실”이야말로, 하버드가 추구하는 “베리타스”, 진리였습니다.
(213)999-5416
mkim@ivorywoo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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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김 아이보리우드 에듀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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