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법안을 평가할 때 우리가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합니다. 이 법이 지금도 생계를 위해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것인가, 아니면 더 힘들게 만들 것인가.
이런 기준에서 보면, 현재 올바니를 중심으로 논의 중인 생산자책임재활용법안(EPR)은 소상공인과 지역 사회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저는 뉴욕 전역 수백 개의 소형 식품점을 회원으로 둔 한인식료품점협회를 대표하고 있다. 많은 회원들은 이민 1세대들로, 퀸즈에서 버팔로에 이르기까지 매일 아침 이웃들에게 안전하고 저렴한 식료품을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재활용의 필요성도, 지속 가능성의 가치도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번 법안이 그 명분에만 집중한 나머지, 실제 현장에선 적용이 불가능한 탁상행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해야 한다.
해당 법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된다면, 수백 가지 생필품들이 매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핫도그, 냉동야채, 낱개 포장된 치즈, 어린이 간식용 스낵팩 등 저소득층과 복지 수혜자(SNAP 이용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필수품들이 포장 규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뉴욕 유통망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미 일부 대형 제조사들은 이 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일부 품목을 뉴욕 시장에서 철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상품 선택권이 줄고,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그 피해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장을 보는 우리 이웃들, 즉 지역 주민과 서민 가정에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미 소매마진은 바닥이다. 여기에 신규 수수료, 포장재 교체 비용, 취급 품목 축소까지 겹치면 선택지는 둘 중 하나뿐이다. 가격을 올리거나, 문을 닫거나.
우리가 문을 닫으면 그 피해는 매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운송기사, 창고직원, 납품업체 직원 등 지역경제 전반으로 여파가 확산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선의로 출발한 법안이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좋은 정책은 공허한 이상이 아니라, 작동 가능한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 다른 주들은 환경보호와 서민경제를 양립시키는 방법을 찾았다.
커뮤니티와 유통업자, 제조업체의 의견을 듣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만들었다. 이러한 접근이야말로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을 함께 추구하는 길일 것이다.
뉴욕도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다. 이미 대안도 존재한다. S.5062/A.6191 ‘저비용 폐기물 감축법’은 포장재 기준을 보다 합리적으로 조정하면서도 환경 보호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접근이다.
우리도 모든 것에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겉보기에 좋아 보이지만,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기는 법안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것이다.
속도를 늦추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 상품을 진열하는 사람들, 계산대 뒤에 서 있는 사람들, 마감 후 청소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
재활용은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도 중요하다. 환경을 지키는 일과 지역사회를 지키는 일이 서로 충돌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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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민/뉴욕한인식품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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