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성 피부염의 고통은 가히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극심하고 괴롭습니다.

제인(가명)의 피부 상태는 사춘기가 시작되며 급격하게 악화되었습니다. 친구들이 주말마다 쇼핑몰에 가서 예쁜 옷을 입어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제인은 스스로의 외모를 감당할 수 없어 친구들의 초대를 정중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년 동안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피부를 긁은 탓에 온몸에는 딱지와 흉터가 남았고, 그런 피부를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생각만으로도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외동딸로 자란 제인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홀로보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제인이 겪고 있던 내면의 억눌린 감정과 에너지는 과연 어디로 또 어떻게 표출할 수 있었을까요?

이번 대학 입시에서 제인은 브라운 대학교의 “시각 예술” 전공에 당당히 합격을 했습니다. 역동적인 정물화부터 소묘화까지 총 15점의 필수 작품과 함께 작가 노트(Artist Statement)를 모두 충실히 준비한 결과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예술은 제인의 피난처가 되어주었고, 어떤 면에서는 삶의 이유가 되어주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밤에 잠들기 전까지 아이패드로 끝없이 검색하며 푹 빠져있던 것도 모두 예술이었습니다. 저는 가끔 제인의 거실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3인용 소파가 간신히 들어갈 만큼 아담한 크기의 거실 안에는 제인이 직접 그린 수많은 실물 크기의 캔버스가 빼곡히 쌓여 있었습니다.

여름 방학은 졸업을 앞둔 고3 학생들이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별하는 동시에 포트폴리오의 최소 요구 조건을 갖추는 작업을 시작하기에 완벽한 시기입니다. 지금까지 완성한 작품 중 정말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몇 점이나 되나요? 포트폴리오의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우선은 포트폴리오의 콘셉트부터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대학마다 요구 조건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지원자의 개성, 열정, 독창적인 시각이 담긴 10-15점 정도의 작품이 요구됩니다. 포트폴리오를 제출한다고 대학에서 반드시 미술을 전공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인의 경우처럼, 브라운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할 수 있는 선택권 또한 열려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예술가로 살 계획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제인이 이뤄낸 성취를 살펴보면, 그녀의 관심사와 재능이 어느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지 분명히 드러납니다. 제인은 전국 대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모두 수상했고 지역 대회에서도 금메달과 은메달을 무려 다섯 차례나 수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종이접기와 공예 수업을 하지 않을 때에는 도시 곳곳에 벽화를 그리며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지금까지 무려 300시간 이상 꾸준히 벽화를 그려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퍼레이드용 꽃마차와 다양한 명소에도 그녀의 예술적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제 제인은 다양한 치료를 통해 아토피성 습진을 잘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을 가까이서 접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녀의 작품 속에 “신체”라는 주제가 일관되게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인은 단순히 자신이 겪은 가장 깊은 고통에서 영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예술을 통해 구원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213)999-5416

mkim@ivorywood.com

<마리 김 아이보리우드 에듀케이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