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벨홀 고교 로이 김 군
▶ 역사 기록 디지털 프로젝트 ‘초신 히어로즈’사이트 주목
▶ “잊혀진 전장을 기억하다”

로이 김(맨 뒷줄 왼쪽 두 번째) 학생이‘초신 히어로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참전용사들과 함께 한 모습. 지난 3월15일 뉴욕 한인복음교회에서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사진작가 라미(Rami)가 촬영했다. [로이 김 학생 제공]
“제가 생각하는 추모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잊혀진 참전용사들의 진실을 세상에 전하고 그들의 꿈과 유산을 이어가는 적극적인 책임입니다.”
한국전쟁 초기 가장 치열했던 장진호 전투에서 희생된 전사자들의 이름과 삶을 기억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발굴해 웹사이트에 기록하고 추모 활동을 이어가는 한인 2세 고등학생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당연하게 누려온 평화 속에서 맞는 메모리얼 데이, ‘기억’이라는 말의 무게를 진지하게 되새기고 있는 로이 김 군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캠벨 홀 고등학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로이 김 군은 ‘기억’이라는 말의 무게를 깊이 고민하는 학생이다. 한인 2세 고등학생으로서 김군은 한국전쟁의 치열한 격전지였던 ‘장진호 전투’를 기리는 웹사이트 ‘초신 히어로즈(Chosin Heroes)’를 직접 만들고, 지역 참전용사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며 역사의 빈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다. 이같은 김 군의 활동은 주류사회에서도 주목을 받아 LA 지역 폭스11과 CBS 뉴스 등에도 소개됐다.
로이 김 군이 장진호 전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학창시절 쌓여온 문제의식이었다. 김 군은 “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들으며 아시아, 특히 한국의 역사에 대해 배운 적이 없었다”며 “다른 문화는 배움의 대상이 되지만 내 민족, 한국의 이야기는 늘 소외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10학년 때 비영리단체 활동을 하며 베트남전 참전용사를 만난 경험이 전환점이 됐다. 베트남전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은 김 군은 자연스레 한국전쟁으로 관심을 넓혔고, 당시 가장 치열했던 장진호 전투에 주목하게 됐다. 수많은 미군 병사가 전사했지만 끝내 유해조차 못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이 많다는 사실은 그의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김 군은 “전사자 대부분은 평범한 시민이었고,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낯선 나라의 평화를 위해 싸웠다”며 “단순히 기념비에 새겨진 이름만으로는 이들의 삶과 희생을 전하기에 부족하다고 느껴 ‘초신 히어로즈’ 웹사이트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웹사이트를 만들었지만 이름과 기록조차 희미해진 전사자들의 삶을 되살려내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장진호 전투와 직접 관련된 인물을 찾는 일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한지 70년이 훌쩍 지난 현재 참전자 중 생존자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김 군은 포기하지 않았다. 참전용사 단체, 소셜미디어(SNS), 지역 커뮤니티 행사 등 가능한 모든 경로를 통해 끊임없이 연결을 시도했고, 뉴욕 지역 등을 방문해 직접 참전용사들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는 아주 작게라도 새로운 연결이 생길 때마다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각 참전자의 이름과 기록을 찾아 정리하고, 한 명 한 명의 삶을 조명하는 초신 히어로즈는 디지털 추모관이자 살아 있는 역사 기록”이라고 말했다.
로이 김 군의 ‘초신 히어로즈’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야기다. 성악을 공부하고 있는 김 군은 클래식 음악가들과 함께 참전용사 복지 기금 마련을 위한 리사이틀도 준비하고 있다. 이 기념 프로젝트와 웹사이트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김 군은 “한국계 미국인 청년 세대가 우리가 누리는 삶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며 “정의와 평화를 위해 싸운 이들의 희생 위에 지금의 삶이 세워졌다는 점을 잊지 않고, 그 뜻을 이어가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는 걸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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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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