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분쯤 추도 연설을 하던 오바마는 이례적으로 12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갑자기 혼자 ‘Amazing Grace'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일인가. ’Amazing Grace'의 첫 부분 가사 세 단어를 부르기도 전에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추도예배에서 처음으로 웃고 있었다.
오바마의 노래는(감정적, 심리적으로, 기독교의 표현을 빌리면 영적으로)훨씬 더 큰 효과를 냈으며, 말로 감정을 표현할 수 없을 때 부르는 합창의 노래가 신비한 힘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행사 후에 오바마는 측근에게 말했다. “내가 노래를 시작하면 사람들이 따라할 것 같았습니다.” (존 콜라핀토의 ‘Voice'중에서)
회색늑대는 사람 다음으로 사회성과 협력심이 발달했다. 회색늑대 무리의 탁월한 사회성과 협력심은 떼를 지어 함께 부르는 울부짖음에서 시작된다. 호숫가 언덕에서 우수(憂愁)에 가득 찬 회색늑대 한 마리의 낮은 울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곧이어 건너편 숲속에서 응답하는 울부짖음이 조금 높은 톤으로 울려나온다. 이어 근처의 골짜기에 있는 모든 회색늑대가 제각기 다른 톤으로 울부짖는다. 적막했던 숲 생태계는 장엄한 합창단이며 오케스트라다.
회색늑대의 울음소리는 21가지로 나뉜다. 21가지의 톤이 화음을 이룬 숲속의 합창이 얼마나 장엄한지 상상해 보라. 회색늑대 몇 마리만 울부짖어도 숲 전체가 회색늑대 무리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인다. 회색늑대 무리는 함께 울부짖음으로 초사회성과 상호신뢰를 견고하게 쌓아올린다. 초사회성과 상호신뢰는 강력한 공동체를 이루는 핵심자원이다.
왜 회색늑대 무리에게는 내부 반란이나 이기주의자가 없을까. 왜 혹독한 추위가 닥쳐오면 회색늑대 위계질서는 더 확고해지는 것일까. 왜 사슴이나 영양 같이 기사도 정신이 풍부한 동물은 이 세상에서 계속 번창하는 것일까. 이들이 강한 포식자 앞에서 초사회성의 정신으로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강력한 정치적 동화의 신흥 세력으로 굴기하는 페르시아 제국 치하에서 약소 포로 민족 이스라엘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종교적 초사회성’의 힘이다.
느헤미야와 에스라는 새로 편찬한 신명기를 동족에게 널리 알리기로 결심했다. 이 소식을 듣고 백성이 한 자리에 모여 큰 무리를 이뤘다. 재해석된 신명기 말씀이 고향의 언어 아람어로 낭독되었다.
그 순간 이스라엘 백성은 회개했고 뜨거운 가슴으로 하나가 되었다. 종교적 초사회성의 힘으로 포로기의 이스라엘은 디아스포라(Diaspora) 민족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세계의 최강국가로 굴기(屈起)했다. 프리드리히 리스트(F. List)는 말했다. “영적 부흥 없이 경제 부흥은 없다.”
이스라엘 민족의 부흥은 신앙의 부흥, 곧 하나님에 대한 이 민족의 신앙 결속력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포로로 잡혀온 이스라엘 백성을 긴밀하게 단결시킨 것은 소수의 예언자의 탁월한 종교 활동 덕분이었다.
엄청난 파국 속에서 이스라엘 민족은 세 명의 포로기 대예언자 에스겔, 예레미야, 이사야를 통해 신앙적으로 강해졌고, 종교적 초사회성을 지닌 백성으로 거듭났다.
예언자의 의미는 나라마다 다르다. 이스라엘의 예언자는 신앙의 타락과 우상숭배를 꾸짖고 바로잡는 일을 한다. 이스라엘 예언자는 도덕적 타락과 윤리적 일탈을 책망하는 일에 두려움이 없다. 현재 대한민국은 고도성장을 이뤄 없는 것이 없을 만큼 부요하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엔 백성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이사야, 에스겔, 아모스, 호세아 같은 난세의 예언자는 찾아볼 수 없다. 어찌할 것인가.
<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