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초부터 펠리세이드에서 시작한 산불에 이어 7군데서 동시다발로 일어나 많은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피해로 매일 뉴스에 초점을 맞추며 맨붕상태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던 중 한국의 동창에게서 카톡이 왔다. 졸업한지 60년이 훨씬 지났기에 그냥 동창의 이름만으로는 기억이 안 될 때가 많은데, 친구는 내 사정은 모르고 동창들의 소식을 일일이 전해주었다.
지난 1월 14일엔 고등학교 친구인, 첫 여성 방송기자 출신으로 서울 교육대학 교수였던 김지자교수의 사망소식을 접했다. 김교수의 남편인 정지웅교수는 서울 농대 교수로 오랫동안 한국 농촌교육에 헌신해 오신 분이다. 이 부부는 미국에 오면 전화해서 자주 만나고 집에 초대도 하고 서울소식도 들으며 가까이 지내던 친구다.
소식에 의하면 정교수는 그 며칠 전 의식을 잃고 입원해 있었는데, 친구가 남편을 간호하다가 지쳐서 그 날 피로를 풀려고 사우나에 갔다가 그만 심정지로 운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정교수 역시 같은 날 8시간 후에 운명했다.
비가 추적대는 요즈음, 갑자기 친했던 친구의 부고를 받으니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다. 어린 시절 책친구였던 김교수와는 노는 시간이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친구는 그동안 쌓은 많은 지식으로 우리가 그렇게도 간절히 품었던 삶의 호기심은 다 채웠었을까? 친구는 시공을 초월한 책속에서 얻어진 리모컨으로, 더 창조적이고 더 넓은 교감으로,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실현하며 삶의 가치와 목적을 이루었을 것 같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고 알드레 말로가 말하지 않았던가.
현대의 헥틱라이프 세상에서 순애보적인 건전하고 아름다운 두 부부의 사망소식은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인생은 그 유한성 때문에 더 가치 있고 존중되어야한다고 생각된다. 시간이란 삶의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는 숫자에 불과하니까.
다음 시는 캔사스시의 시인인 클레어 하너가 1934년에 쓴 애도시 “불멸”의 첫 번째 문장으로 현실적으로 단장의 슬픔을 겪은 가족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나의 무덤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 줄게요.
밤에는 어둠속에 별이 되어 당신을 지켜줄게요.
나의 무덤 앞에 서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아요.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불멸 (천개의 바람이 되어)...클레어 하너스
<
김인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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