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파리 올림픽이 끝났다. 진한 여운이 아직 남았다. 4년 뒤에는 LA 올림픽이다. 직관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감동의 순간들을 크게 수고하지 않고 현장에서 느낄 수 있다니-. 남가주에 살며 누릴 수 있는 행운으로 생각된다.
2,800여년 전 그리스에서 시작된 고대 올림픽은 4년에 한 번씩, 1,200년 가까이 지속됐다. 올림픽이 처음 시작될 무렵 그리스에 그리스는 없었다. 대신 500개 넘는 도시 국가가 난립해 있었다.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올림픽이 열리면 대회 기간 7일을 포함한 한 달은 휴전에 들어갔다. 올림픽은 숨 돌릴 틈을 찾기 위해 도시국가들이 이뤄낸 생존책이기도 했다.
달리기로부터 시작해 멀리뛰기, 원반던지기, 창던지기 등이 더해졌고, 한 사람이 레슬링까지 다섯 종목에 출전하는 5종 경기도 이미 이 때 있었다. 하이라이트는 말 네 마리가 끄는 전차 경기였다고 한다. 선수들은 모두 나체였다. 균형 잡힌 사람의 몸이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졌다. 관중석에 노예는 앉을 수 있었으나 여자는 앉을 수 없었다.
대회 우승자에게 금전적 보상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승자는 도시 국가의 자랑이자, 셀렙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올림피안 들이 쏟아내는 휴먼 스토리야 말로 올림픽이 주는 가장 큰 감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사람이 아름다운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스포츠 맨 특유의 단순하고 순수한 인간미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나라도 걱정이 컸을 거예요. 진짜 팬들이 못 보던 선수였으니까요. 그렇지만 뽑혀 버린 걸 어떡해요. 어떡하든 내가 해야지요”. 올림픽 10연패 기대를 안고 출전하게 된 한국 여자 양궁 선수가 했다는 말이다. 해낼 수 있을까? 스타 선수가 즐비한 여자 양궁에서 석 장뿐인 올림픽 출전권을 덜컥 따내 버린 30살의 선수. 못 보던 얼굴인데-. 주위의 우려만큼, 당사자는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이런 심정을 꾸미지 않은 말로 토로했다. 승리의 여신은 이런 영혼 편이다. 여자 양궁 단체 10연패의 고비에서 이 선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양궁만 같아라”. 올림픽 후 한국 양궁에 쏟아지는 찬사는 이 말로 간추려 질 수 있을 듯하다. 과정은 철저하게 공정했다. 그러므로 결과도 공정했다. 한국사회, 한국인이 한국 양궁 같을 수만 있다면!
스포츠는 권력이다. 권력의 민 낯은 아름답지 않다. 글 쓰기도 밥 벌이가 되면 추해질 수 있다. 영향력 있는 문인이나 편집자 등이 권력이 될 수 있다. 실력 이외 온갖 것이 동원된다. 산에 오르는 것도 돈이나 명예를 쫓는 단계가 되면 다르지 않다. “’카메라 마사지’를 받고, 스폰서 등이 개입되면 높은 산에 가는 산악인도 오염된다, 심각하게-“. 한국 산악계 사정에 정통한 이가 전하는 말이다.
한국 스포츠는 학연, 지도자 등에 따라 파벌이 살벌하다. 축구, 야구, 유도, 쇼트 트랙 등 그 폐해가 밖에 드러난 것만 수두룩하다. 배드민턴은 대표 선수를 대회 성적에다 평가위원 점수를 더해 선발한다고 하는데, 기준이 모호한 위원 평가가 한 때 총점의 50%를 차지한 적도 있다. 일반 사회로 치면 ‘부정 취업’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가 올림픽 후 터뜨린 폭로와 호소의 파장이 여기서도 느껴진다. 미국에서도 이번 한국 올림픽 선수들의 선전에 열광하고 행복했던 만큼, 안세영이 쏘아 올린 작은 셔틀 콕의 궤적에 관심이 크다. 그 용기에 지지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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