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극적 공격 대신 신중한 ‘줄타기’로 트럼프 추격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 니키 헤일리 [로이터=사진제공]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떠오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의 선거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헤일리 전 대사의 신중한 선거 전략을 27일 조명했다.
헤일리 전 대사가 특정 계층이 아닌 전체 공화당 유권자를 아우르려는 접근 방식 덕분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설 유일한 주자로 떠올랐으며 이 같은 전략을 고수함으로써 극적인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밋 롬니 상원의원의 대선 캠프에 참여한 공화당 전략가 짐 메릴은 "헤일리 전 대사는 극도로 규율 있는 캠페인을 벌여왔다"며 지금까지 헤일리 캠프의 전략을 '규율'이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기자들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지 않으며, 답변 또한 일관된 메시지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전국적으로 당내 지지율이 50~60%를 기록하며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히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줄타기'를 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NYT는 소개했다.
헤일리 전 대사도 "반(反)트럼프 진영에선 내가 그를 충분히 미워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그러나 트럼프 지지층에선 내가 그를 충분히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략은 경쟁 주자의 약점을 이용해 선거전에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기존의 통념과는 맞지 않는 것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상황에서 적절한지 당 안팎의 의문도 낳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 뒤집기, 국가 기밀 유출, 성 추문 입막음 등 수십 건의 혐의로 기소되는 등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윈스롭대 정치학 교수인 아돌퍼스 벨크는 "많은 주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려고 하지 않으면서 그를 상대로 경쟁하고 있다"며 "미국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가장 앞선 주자에 맞서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헤일리 전 대사는 지금까지 상승세를 이끌어온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한 유세에서는 "그들이 나에게 펀치를 날린다면 나도 받아치겠다. 나는 더 세게 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강경한 발언을 했지만, 이후 경쟁자들을 향한 공세는 정책에 초점을 맞춘 정교하고 건조한 메시지였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 대해선 예산 및 환경 정책에 대해 비판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최근 자신을 겨냥한 트럼프 캠프의 공격성 광고를 언급하며 스스로를 띄우는 데 이용했다.
헤일리 전 대사가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에 미묘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결국 그의 지지층을 자신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와 시에나칼리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는 대졸자 이상의 백인 유권자층에서 28%의 지지율을 얻었으나, 고졸 이하 학력의 백인 유권자로부터는 3%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이들 저학력 백인 노동자 계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확고한 지지 기반으로 꼽힌다.
최근 지지율에 탄력을 받은 헤일리 전 대사는 자신이 공화당 내에서 대선 승리 가능성이 가장 큰 주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인지, 그가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대선 후보가 돼야 하는지 등에 대해선 "그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옳은 그르든 그에겐 혼란이 뒤따랐다"며 모호한 입장을 되풀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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