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반출되고 6·25 때 폭격 맞은 ‘비운의 탑’…최종 복원 위치 결정
▶ “내진 설계·탑 하중 등 고려”…내년 초 설계, 남은 부재 옮겨 마무리

2016년 당시 경복궁 내에 있던 지광국사탑 모습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려시대 탑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국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긴 여정 끝에 전시관에서 제 모습을 찾는다.
문화재청은 최근 열린 문화재위원회 건축문화재분과 회의에서 지광국사탑을 강원 원주시 법천사지 내에 있는 유적전시관에서 복원하기로 결정했다고 28일(한국시간) 밝혔다.
2019년 고향인 원주로 이전하기로 정한 뒤 약 4년 만에 최종 위치가 정해진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존 처리 작업이 끝난 지광국사탑을 어디에서 복원할지 논의한 끝에 내진 구조가 설계돼 있고, 탑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전시관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과 원주시는 지광국사탑의 최종 위치를 놓고 오랜 기간 고민해왔다.
탑이 원래 있었던 자리인 승탑원(僧塔院) 즉, 야외에 탑비(塔碑)와 함께 두면서 보호시설을 세우는 방안과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안에 세우는 방안이 검토 대상이었다.
수 차례 논의와 평가 끝에 문화재위원회는 승탑원이 약 24t(톤)에 달하는 탑의 하중을 견디기 어려운 점, 보호시설을 추가로 세워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전시관 내 복원을 결정했다.
원주시가 발주한 보호시설 설치 타당성 용역 결과에서도 승탑원 주변 지층이 연약해 야외에 탑을 복원할 시 부분적으로 침하가 발생할 수 있어 보호시설 설치는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완전한 모습을 갖춘 지광국사탑은 내년 중에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2024년 초 석탑을 복원하기 위한 설계를 검토한 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움직임이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받침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후 상층 기단의 갑석(구조물 위에 뚜껑처럼 덮는 돌)을 쌓은 뒤 연구원에서 점검 중인 옥개석과 탑신석 등 남은 부재를 전시관으로 가져와 단계적으로 탑을 올릴 방침이다.
옥개석은 석탑의 위를 덮는 돌, 탑신석은 몸체를 이루는 돌을 각각 뜻한다.
문화재위원회 회의 자료에 따르면 설계 발주는 내년 1월, 면진대 설치는 3월, 복원 공사 발주는 5월에 각각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석탑 복원은 9월께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청은 "단계적으로 탑을 쌓아 올려 내년 중으로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에서 제 모습을 갖춘 탑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광국사탑은 고려시대에 승려에게 내리는 최고 법계인 '국사'(國師)를 받은 지광국사 해린(984∼1067)의 사리와 유골을 모신 탑이다.
통일신라 이후 만들어진 탑이 8각을 기본으로 한 것과 달리, 4각의 평면을 기본으로 하고 탑 전체에 불상과 보살, 봉황, 꽃 등을 조각해 고려 승탑 중에서도 백미로 여겨진다.
이 탑은 우리 역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비운의 탑'이기도 하다.
엄기표 단국대 교수가 문화재청 소식지 '문화재사랑'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원주 법천사지에 있던 지광국사탑은 1911년 해체돼 당시 경성(서울)으로 옮겨졌다.
이듬해 일본 오사카로 반출됐다 돌아왔지만 1915년에는 조선물산공진회 미술관이 있었던 경복궁 뜰로, 1923년에는 경회루 동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여러 차례 시련을 겪었다.
더욱이 6·25전쟁 때는 폭격을 맞아 약 1만2천개 파편으로 조각나기도 했다.
이후 국립고궁박물관 뜰에 서 있던 탑은 2016년 전면 해체·보수 공사에 들어가 약 5년간 보존 처리를 거쳤고, 올해 33개 부재 가운데 31개 부재가 고향인 원주로 돌아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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