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저·증시 훈풍에 현금자산 급증…일본제철, US스틸 전액 현금 인수
▶ 미즈호도 M&A업체 그린힐 품어…정부 지원에 자국내 거래 더 활발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사장이 최근 창사 이래 최대 규모(141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US스틸을 사들일 계획을 발표한 직후 한마디의 발언으로 시장을 또 놀라게 했다. “(일본제철은) 향후 있을 그 어떤 좋은 (인수) 기회에도 열려 있다”며 해외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나갈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물론 미국 내 반대가 거세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최종적으로 손에 넣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금리로 얼어붙은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에 일본 기업들이 ‘큰 손’으로 등판할 가능성이 이번 인수 시도를 기점으로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외 M&A만이 아니다. 올해 이뤄진 일본 기업 간의 국내 M&A 거래액은 2005년 이후 18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엔저(엔화 가치 하락) 효과로 수출액이 늘고 증시에 훈풍이 불며 기업들의 현금이 풍부해진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다. 무엇보다도 일본 정부와 금융 당국이 기업가치 극대화 정책들을 잇달아 발표한 것이 M&A 활성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다양한 업종의 일본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들여 해외 기업을 인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다이와하우스·세키스이하우스·스미토모임업은 최근 잠재적 인수 대상 후보군을 각각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이미 단행된 대형 해외 M&A도 적지 않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 5월 M&A 자문 업체인 미국 그린힐을 5억,5000만달러에 사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미즈호FG가 해외 대형 M&A에 나선 것은 2015년 이후 약 8년 만이다.
엔저로 인수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해외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일차적으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 올해 9월 말 기준 일본 민간기업(금융기관 제외)이 보유한 금융자산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한 1,449조엔으로 사상 최대다. 엔화 약세 장기화로 수출액이 늘고 닛케이225지수가 1년간 약 30% 급등하는 등 주가가 오르며 기업 실적이 개선됐다.
풍부한 실탄을 보유한 일본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모색한 결과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 거래 금액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어난 3조2,000억엔을 기록했다.
반면 딜로직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 세계 M&A는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다. 특히 미중 갈등으로 중국의 미국 내 M&A 규모가 20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일본 기업들이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서 M&A 거래에 임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본 기업들의 M&A 활동은 엔저로 인한 인수 비용 상승 효과를 떠안지 않아도 되는 국내에서 더 활발하다. M&A 조사 업체인 리코프에 따르면 올해 일본 내에서 이뤄진 일본 기업 간의 M&A 거래액은 약 7조7,000억엔으로 2005년 이후 최대였다. 일본산업파트너스(JIP) 컨소시엄의 도시바 인수(약 2조1,000억엔), 일본 정부 펀드인 산업혁신투자기구(JIC)의 JSR 인수(약 1조엔) 등 굵직한 거래들이 성사되며 거래액을 끌어올렸다.
기록적인 국내 M&A 활동은 단순히 기업 현금 증가에 따른 결과만은 아니다. 최근 일본 정부와 금융 당국은 기업가치를 높이도록 압박하는 정책들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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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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