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2번 정도 손자와 놀아주는 나는 행복하다. 아이가 학교에 못 가는 날이나 딸 부부가 약속이나 외식을 할 때 손자와 함께 하며 사랑을 느껴보곤 한다. 평소에 아이를 예뻐하지 않았고 젊어서는 내 손으로 키우지를 못해서 기르는 정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손자는 출산부터 쭈욱 지켜보며 애정을 갖고 키우다 보니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3살이 된 손자 헨리는 신생아부터 낯을 가리고 남에게 절대 가지 않으려고 해서 집 근처 어린이 데이케어에 최연소(2살)로 입학했다. 그래서인지 언어 습득이 빨라지고 말문이 트이니 또래에 비해 어휘력이 풍부한 편이다. 영어 단어를 말할 때는 한국어도 같이 말하게 지도를 하는데 곧잘 따라하며 할머니를 놀리기까지 하는 재치를 발휘하기도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한 번은 손자가 “할미 All you need is love! By Beatles” 라고 해서 깜짝 놀란 적도 있다. 뜻도 모르고 음악 방송에서 나오는 것을 듣고 따라 말하는 것이었지만 할머니로서는 모든 게 신기하고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할머니 콩깍지가 씌어진 것일까?
바쁘게 살던 젊은 시절 내 딸을 키울 때는 친정엄마가 키워 주셔서(30개월까지) 자라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적이 없었다. 손자와 손잡고 집 근처 호숫가를 걷다가 물속에 돌을 던지며 파문을 지켜보는 진지한 모습이 ‘할미’ 눈에는 사려 깊은 손자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놀이터에서 그네, 미끄럼틀, 철봉 등 즐겁고 활달하게 놀 때는 씩씩한 아이가 그저 신기하면서도 마냥 귀엽다.
게다가 먹성이 좋아서 내가 끓인 미역국에 밥을 말아 주면 한 그릇을 맛있게 먹는다. “미역국, 미역국” 하면서… 하루하루 달라지는 손자의 성장일기를 보면서 기특함과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장모 사랑은 사위라는데 요리 솜씨가 없는 나는 사위에게 맛있는 음식대접은 못해도 이렇게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에 괜찮은 나의 영어 실력으로 손자를 돌보며 한국어까지 가르쳐 줄 수가 있어서 큰 보람이라 생각한다.
손자를 돌보러 갈 때마다 사위는 항상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며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하니 기쁨이 두 배로 샘솟는다. 손자와 함께 할 때는 잡념이 사라지고 나 또한 동심으로 돌아가 영혼까지 맑아지는 느낌이니 이 또한 행복하지 아니한가!
바쁜 딸과 사위를 위하여 손자를 돌보는 일은 외로운 나의 노년에 또 다른 활력이요, 기쁨이자, 보람이다. 생활에 방해를 받지 않는 선에서 손자를 돌보는 것이 내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 매우 좋다. 나는 오늘 손자를 생각하며 이렇게 기도하리라.
“나 너를 볼 때마다 / 이렇게 기도하고 싶어라 / 너 한 그루 나무처럼 맑고 밝고 푸르게 자라라고…”
<
황인선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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