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경제의 화두는 미국 금리 급등이었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5.2%를 넘어섰고, 10년물 금리도 5%에 도달했다. 흥미로운 점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의지와 무관하게 미국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준은 올해 7월 기준금리를 5.25~5.5%로 인상한 후 열린 두 차례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했다. 연말까지 남아 있는 11월, 12월 두 차례의 FOMC에서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만기가 짧은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반영해 결정된다.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 Rate)가 금융기관 간의 거래에 적용되는 만기 하루짜리 초단기 금리다.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 역시 만기가 7일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
중앙은행은 경제에 공급하는 유동성을 늘리거나 줄이면서 금리를 결정하는데, 기본적으로 만기가 짧은 단기금리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반응하면서 결정된다. 반면 만기가 긴 장기금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시장의 집단지성이 투영돼 결정된다.
예컨대 만기가 10년인 장기금리를 생각해보자. 연준의 수장인 파월 의장과 한국은행을 이끄는 이창용 총재의 임기는 4년이다. 중앙은행 수장의 임기보다 훨씬 긴 장기채권의 금리를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전적으로 통제할 수는 없다. 만기가 긴 장기금리는 시장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작용하면서 결정된다.
최근 미국 채권시장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더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점이다. 미국 금리는 인플레이션이 이슈가 되기 시작했던 작년 내내 상승하다가 올해 상반기에 안정세를 나타냈다.
2023년 상반기 글로벌 증시 전반의 주가 반등세 역시 미국 금리가 하향 안정화하는 가운데 나타났다. 최근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5.22%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올해 초 기록됐던 전 고점 5.07%를 소폭 상회한 정도다. 반면 국채 10년물 금리는 직전 고점이었던 4.24%보다 훌쩍 높아진 4.99%까지 상승했다. 장기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중앙은행 통화정책 이외의 힘이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필자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과욕이 미국 금리를 상승시킨다고 본다. 최근 1년간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는 1.6조 달러에 달한다. 2022년 미국 명목GDP의 6.5%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이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직후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 다음으로 높은 재정적자 비율이다.
경기가 나쁘면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용인될 수 있지만 이 시기 미국 경제는 이와 거리가 멀었다.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까지 하락해 있었고, 민간투자도 활기를 띄고 있었다. 민간의 경제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미국 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은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고, 연준의 금리 인상 효과를 결정적으로 반감시키기도 했다. 재정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가 금리 인상 효과를 상쇄해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통제되지 않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재정폭주가 진정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게 나타날 것이고, 이는 시장의 장기금리를 상승시킬 것이다. 중앙은행이 통제하지 못하는 금리 상승 압력이 존재하고 있다. 금리는 모든 자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중력 역할을 한다. 특히 기축 통화국인 미국의 금리는 더 그렇다. 미국 금리가 오르니 달러 가치가 강해지고, 강달러는 미국 밖의 자산시장을 압박한다.
지난 10년 동안 KOSPI의 연평균 상승률은 1.5%에 불과했다. 배당을 감안하면 3.5% 내외의 수익률이다. 무위험 자산이자 기축 통화인 달러 채권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5% 내외라면 최근의 금리 레벨은 주식시장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금리가 하락하기 전까지는 주식시장의 조정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시점에서 글로벌 경제와 자산시장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미국의 재정폭주에서 비롯되는 금리 상승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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