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를 착용해도 효과가 없는 고도 난청 환자는 달팽이관 안에 전극을 삽입해 청신경을 자극하는 인공 와우(蝸牛·달팽이) 수술을 받는다.
그런데 환자의 청(聽)신경 상태를 보면 인공 와우 수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은 귀 가장 안쪽(內耳)에 기형이 발생한 어린이 난청 환자 42명을 대상으로 인공 와우 수술 후 청각 기능 발달을 7년 이상 장기 추적했다.
그 결과, 내이 기형이 있더라도 청신경이 잘 보존돼 있으면 인공 와우 이식 수술 결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신경 보존 상태는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 청신경이 굵고 청신경이 지나는 길목인 골성 청신경관 폭이 넓은 환자일수록 말소리를 변별하는 능력이 우수했다.
연구팀은 내이 기형 이른바 ‘몬디니 이형성증’(달팽이관이 완전히 발달하지 못함)으로 중증 난청을 진단 받았으며, 1994~2013년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어린이 환자 환자 42명(귀 49개)을 7년 이상 추적 관찰했다.
환자들의 귀 CT 영상을 분석한 결과, 4개의 귀에서 골성 청신경관(청신경 다발이 지나는 길목) 폭이 좁은 것이 관찰됐는데 해당 환자들은 정상 폭을 보인 환자들에 비해 청각 기능이 떨어져 인공 와우 이식 수술 결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말소리를 얼마나 잘 변별하는지 알아보는 단어인지검사(WRS)에서 골성 청신경관 폭이 좁은 환자는 평균 58%의 정확도를 보인 반면, 폭이 정상인 환자는 평균 79%의 정확도를 보였다.
골성 청신경관 폭과 마찬가지로 청신경의 최대 지름도 인공 와우 이식 수술 후 청각 기능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MRI 촬영에서 청신경이 굵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말소리 변별 정확도가 높게 나타났다.
한편 연구팀이 대조군으로 모집한 어린이 환자, 즉 정상적인 내이를 가졌지만 청각장애로 인해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86명)의 경우 말소리 변별 정확도가 평균 77%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내이 기형이 있어도 청신경 보존 상태가 좋다면 정상 내이를 가진 이식 환자들과 비슷한 수준의 청각 능력 향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홍주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의 기존 연구 결과, 보청기 효과가 없을 정도로 난청이 심한 성인 환자는 장기간 청각 재활을 하지 않고 방치하면 청신경이 점차 퇴화해 인공 와우 수술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로 어린이에게서도 청신경 상태를 보면 인공 와우 수술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기에 많은 난청 환자들이 수술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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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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