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제공]
과로가 일상인 직장인 김모(28)씨는 출퇴근길에 이어폰을 이용해 큰 소리로 음악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귀가 먹먹해지고 주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이비인후과를 찾은 김씨는‘돌발성 난청’ 진단을 받고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청 인구는 2015년 46만3,000명에서 2019년 65만4,000여 명으로 40% 이상 증가했다. 난청이라고 하면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2019년 전체 돌발성 난청 환자 9만471명 중 절반이 30~50대에서 발병했다.‘난청 치료 전문가’ 최재영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돌발성 난청은 진료와 치료를 미루면 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응급 질환”이라며“흔히 고령층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스트레스와 이어폰의 과도한 사용 등으로 최근‘젊은’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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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성 난청이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이유로 수시간에서 며칠 내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기에 ‘돌발성 난청(sudden deafness)’으로 불린다. 영문 질환 표기와 같이 ‘갑작스러운 청력 손실’이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청각 검사에서 연속된 3개 이상 주파수에서 30dB(데시벨) 이상의 난청이 3일 내에 급속히 진행되면 돌발성 난청으로 진단한다. 일부 주파수에서 국소적 청력 손실이 있어도 임상적으로 돌발성 난청에 준해 치료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청력이 감소했거나 중이염 등 염증성 질환에 의한 난청은 돌발성 난청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부분 한쪽(일측성)만 발생하며, 저음역대의 돌발성 난청이 아니라면 재발은 드문 편이다.
-돌발성 난청은 왜 발생하나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바이러스 감염이나 혈관 장애를 원인으로 추정하는 연구도 있다. 일부 환자에게는 자가면역질환, 청신경 종양, 메니에르병 등이 돌발성 난청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정 도수관 확장증’ 같은 유전적 원인일 때도 있다. 그래서 돌발성 난청은 정확한 진단명이 아니고 증상을 나타내는 단어가 되고 있다.
돌발성 난청으로 영구적으로 청력을 잃을 수도 있다.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청력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경우는 40% 내외로 보고된다. 난청 발생 후 1개월이 지나면 치료 효과는 매우 떨어진다. 따라서 귀가 잘 들리지 않거나 이명ㆍ어지럼증 등이 발생하면 이른 시일 내에 치료를 시작해야 청력을 보존할 수 있다.
돌발성 난청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이비인후과를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난청이 발생한 귀 방향ㆍ발생 시기ㆍ귀 먹먹함ㆍ이명ㆍ어지럼증 등의 동반 증상 유무, 중이염 등 다른 귀 질환 여부, 기타 기존 질환 등을 파악한다. 이후 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고막을 진찰하고, 난청 양상과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청각 검사를 시행한다.
돌발성 난청 여부는 진찰 및 검사 결과를 종합해 판단한다. 결과에 따라 돌발성 난청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한 난청일 가능성도 있기에 난청 증상이 발생하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걸 권한다.
-돌발성 난청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일반적으로 고용량 스테로이드 경구 약물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약물 치료에도 청력 회복이 불완전하면 고실(鼓室) 내 스테로이드 주입술을 추가로 시행할 수 있다. 기저 질환이나 전신 상태에 따라 경구 스테로이드 복용이 어려우면 고실 내 스테로이드 주입술을 먼저 시행하기도 한다.
약물 복용이나 고실 내 스테로이드 주입술은 청력 결과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두 가지 치료를 동시에 시행할 때의 이점도 명확하지 않다. 스테로이드 요법 외에도 고압 산소 치료를 추가로 시행할 수 있으며, 혈액순환 개선제, 혈관 확장제, 성상 신경절 차단술, 이뇨제 등의 약물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치료 효과는 명확히 검증되지 않아 주요 치료법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항체 치료제가 개발돼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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