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흑 물질·에너지 연구…우주 구조 형성 과정 규명 목표
▶ 한 달 후 150만㎞ 제2 라그랑주점 도착…3D 우주 지도 제작 예정
유클리드 우주망원경 [로이터=사진제공]
드넓은 우주에서 미지의 영역인 암흑 물질·에너지를 탐구할 망원경 '유클리드'(Euclid)가 1일 발사됐다.
유럽우주국(ESA)의 우주망원경 유클리드는 이날 오전 11시 12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상공으로 발사됐다.
유클리드는 이륙 2분 40초쯤 뒤 대기권 밖에서 로켓과 성공적으로 분리됐다.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ESA의 유럽우주운영센터(ESOC)는 로켓 이륙 후 57분이 지난 시점에 유클리드로부터 신호를 수신했음을 확인했다.
요제프 아슈바허 ESA 사무총장은 "유클리드의 성공적인 발사는 현대 과학의 가장 강력한 질문 중 하나에 대한 해답을 찾는 새로운 과학적 노력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유클리드는 앞으로 약 4주간 더 비행해 지구와 태양이 중력 균형을 이루는 약 150만㎞(지구와 달 거리의 약 4배) 지점의 제2라그랑주점(L2) 궤도에 진입한 뒤 7개월간의 시험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보조 장비와 망원경을 합한 전체 선체의 높이는 약 4.7m, 폭은 3.5m이고, 망원경의 지름은 1.2m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차세대우주망원경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보다는 훨씬 작다.
유클리드는 2029년까지 '가시광선 관측기'(VIS)와 '근적외선 분광계·광도계'(NISP) 두 가지 관측 장비를 이용해 하늘의 3분의 1 이상에 걸쳐 퍼져 있는 최대 20억 개의 은하를 관측하고, 사상 최대의 3D 우주 지도를 만들 예정이다.
VIS는 하늘의 넓은 영역에 걸쳐 은하를 선명한 이미지로 촬영하고, NISP는 은하의 적외선을 파장별로 분석해 거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우주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관찰해 우주가 어떻게 팽창해 왔으며 우주 구조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밝힌다는 게 목표다.
우주는 130억년 전 빅뱅으로 탄생한 뒤 계속 팽창하고 있는데, 과학자들은 연구 과정에서 우주에 일반적인 물질이 5% 정도밖에 없으며, 나머지 25% 정도는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 70%는 암흑에너지로 구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관측장비로는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을 직접 포착할 수 없다.
유클리드는 중력 렌즈(gravitational lensing) 효과를 이용해 수십억 개의 은하가 왜곡된 모양을 측정해 우주의 암흑물질 분포에 대한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중력 렌즈 효과는 물질이 집중된 곳이 돋보기 역할을 하면서 그 위에 있는 은하와 성단의 빛이 굴절되며 렌즈로 들여다본 것처럼 확대돼 보이는 현상이다.
ESA의 과학 책임자 캐럴 문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를 이해하려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본질을 밝히고 이들이 우주를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해해야 한다"며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풀기 위해 유클리드는 은하계 밖 하늘에 대한 가장 상세한 지도를 전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클리드가 찍은 첫 번째 이미지는 오는 10월 공개된다.
ESA는 이후 매년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공개하고, 과학 아카이브를 통해 전 세계 과학 커뮤니티에 공개할 계획이다.
유클리드가 수집하는 데이터는 유럽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총 21개국 300여개 기관에 소속된 과학자 2천여명으로 구성된 유클리드 컨소시엄에서 분석한다.
유클리드의 이름은 기하학을 확립한 고대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드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예산은 14억 유로(약 2조원)다.
당초 유클리드는 ESA 발사장인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러시아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과 러시아 우주기관의 관계가 단절되면서 미국 스페이스X가 발사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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