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혹한 폭력의 일상화…유엔특별기구 “엿새간 70명 가까이 사망”
▶ 무정부 상태 속 끝 모를 갱단 분쟁…콜레라 재유행 위험도

24일(현지시간)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주민들이 짐보따리를 가지고 갱단 분쟁 지역을 떠나고 있다. 2023.4.25[로이터=사진제공]
극도로 불안한 치안상황 속에 잔혹한 폭력 행위가 일상화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폭력배 무리가 경찰관에 붙잡힌 갱단원들을 끌어내 불태워 살해하는 일이 발생했다.
24일 AP·EFE 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카나페베르 지역에서 경찰이 한 버스에 탄 탑승객을 상대로 밀수품 수색을 벌여 무기류를 압수했다.
이어 경찰에서 무기류 밀매 용의자인 남성 13명에 대한 신병을 확보하는 등 형사사법 절차를 밟는 도중 수십명이 갑자기 몰려와 이들 13명을 끌고 간 뒤 돌로 때리고 주먹질하는 등 집단 폭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데려온 남성들 몸 근처에 타이어를 놓은 뒤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고 목격자 진술을 인용해 AP가 보도했다. 13명은 현장에서 모두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습은 주민 수백명이 지켜봤는데, 시신에 붙은 불이 한동안 꺼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용의자들은 '크라즈 바리에'라는 이름의 갱단 소속 조직원으로 추정된다고 AP는 전했다. 이 폭력조직은 2021년 10월 미국인 선교단 17명 납치 공모와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암살 사건 등에 연관이 있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갱단 간 폭력이 점증하는 아이티에서는 최근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7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유엔특별기구인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전날 홈페이지에 게시한 설명자료에서 "14∼19일 사이에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경쟁 갱단 간 충돌로 거의 7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미성년자가 최소 2명 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또 총탄에 맞거나 흉기에 찔리는 등 부상자도 40여명 나온 것으로 파악했다.
전쟁 같은 폭력조직 간 분쟁은 시테솔레이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약 100만명이 거주하는 포르토프랭스에서 시테솔레이에만 30만∼40만명이 살고 있다. 대표적인 인구 밀집 지역으로, 대부분 극빈층이다.
유엔 기구는 시테솔레이의 안보 상황이 '경고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우려했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이 갱단 잔혹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의 자유도 극히 제한됐을 뿐만 아니라 생필품을 구하기 힘든 데다 학교나 보건소 등의 줄폐쇄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울리카 리처드슨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은 "주민들은 마치 포위당한 기분으로 살고 있다"며 "갱단 테러가 두려워 집 밖에 발을 내딛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경찰관보다 갱단원을 보기 더 쉽다'는 자조 섞인 비판까지 나온다는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는 갱단이 밤낮으로 활보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1년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행정부는 '식물 정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입법부 역시 의원들 임기 종료로 사실상 해산된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테솔레이에는 콜레라 재유행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최근 몇 주간 이어진 집중호우로 생활 환경이 악화했다"며 "특히 하류 지역 해안가에 있는 시테솔레이로 쓰레기들이 밀려 들어오면서 곳곳이 침수되는 등 위생 문제가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주 본부인 범미보건기구(PAHO)가 아이티 보건부 자료를 인용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아이티에서는 지난해 10월 1일 3년여 만의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지난 7일까지 2천592명의 콜레라 환자와 3만8천86명의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650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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