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두라스서 2천∼3천 명 모여 여정 시작…과테말라, 국경서 저지

미국까지 가기 위해 트럭 올라탄 온두라스 이민자들[로이터]
중미 온두라스 이민자 수천 명이 '아메리칸드림'을 품고 미국을 향해 먼 길을 나섰다.
15일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4시께 온두라스 산페드로술라에서 2천∼3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국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들은 필요한 물건만 꽉꽉 눌러 담은 배낭을 짊어지고 마스크를 쓴 채 도로변을 걷거나 지나는 트럭에 올라탔다. 젊은 연령대가 주를 이뤘으며, 어린아이를 동반한 이들도 많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일단 260㎞쯤 떨어진 국경 도시 아구아칼리엔테까지 가서 과테말라 국경을 넘은 후 과테말라와 멕시코를 거슬러 올라가 '꿈의 땅' 미국에 도달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무리 중 한 명인 마이노르 갈리시아(19)는 AP통신에 "허리케인으로 집이 모두 망가졌다"며 미국까지 가는 길이 겁나긴 하지만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바나나 농장에서 일하던 오스카르 가르시아는 로이터에 "굶어 죽을 지경이다. 온두라스에선 생존이 불가능하다. 일자리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올해 처음 대규모로 미국행에 나선 캐러밴이다. '캐러밴'은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중미 국가에서 폭력과 빈곤 등을 피해 무리 지어 미국으로 이동하는 이민자 행렬을 가리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지난해 중미를 강타한 두 차례의 허리케인으로 생계가 더 막막해진 이들이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퍼진 캐러밴 공지를 보고 한데 모여 출발했다.
캐러밴의 미국행은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이어졌으나, 미국 근처까지도 가지 못하고 번번이 되돌아가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몰려드는 중미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경유 국가인 멕시코와 과테말라에 불법 이민자 단속 강화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개별적으로 미국·멕시코 국경까지 간다고 해도 망명 절차가 까다로워져 합법적인 미국 입국은 하늘에 별따기가 됐다.
중미 이민자들은 오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굳게 닫혔던 미국 문이 다시 열리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국 가는 길은 쉽지 않다.
과테말라와 멕시코는 불법 이민자들의 입국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 경비를 강화했다. 이들 국가는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근거로 이민자들 통제에 나섰다.

중미 캐러밴 저지를 위해 과테말라와의 국경에 배치되는 멕시코 국가방위대와 이민청 직원들 [로이터]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과테말라 군은 온두라스와 국경에 도착한 이민자 600명을 붙잡아 이민당국에 넘겼다.
멕시코 역시 과테말라와의 남부 국경에 군인과 경찰을 배치했다.
마크 모건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국장 대행은 지난주 성명에서 "불법으로 입국하거나 공중보건 지침을 어기는 이들은 곧바로 추방하거나 체포할 것"이라며 캐러밴을 향해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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