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조용하다. 세상은 안과 밖으로 나뉘어 고요하다. 지나는 차도 없고, 길거리에 파킹 된 차들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지나가는 사람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적막하다. 나는 정지된 밖의 풍경에 넋을 빼앗기나, 봄꽃들에 마음을 주지 못하고 “코로나 19가 빨리 지나가게 해주소서!”라는 기도를 한다.
나이가 많은 나는 면역력이 약하니 아직 밖에 나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가족들의 당부다. 이 부탁을 실천하면서 날씨가 더 따뜻해지길 기다린다. 코로나 19도 기온이 올라가면 물러가지 않겠느냐고 하니 더욱 그렇다. 색색이 아름다운 꽃들의 향기와 연 록 물결이 왕성하여 지는 날, 코로나 19도 어쩌지 못하고 물러날 것이라는 기다림이 헛되지 않기를 기도해 본다.
가족들은 사업체를 닫고 각자의 방에서 은둔 생활에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가끔 사업장을 둘러보러 나갔다가 사오는 식재료들이 비상시국임을 실감케 한다. 빵이 선반에 없어 사오지 못했다는 것이고, 두부를 몽땅 사가는 사람이 있어 내가 좋아하는 두부가 빠져 있기도 했다. 이 모든 상황이 곧 변화 하게 해주기를 빌며, 마음속 기도를 한다.
나는 매일 세계에서, 뉴욕에서, 코로나 19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 그러면서 새삼스레 깨닫는 것은 일상의 소중함이다.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삶. 그 소소했던 행복이 얼마나 복된 나날이었던가. 그런 날들이 다시 오기를 기다린다.
인류의 역사는 강물처럼 흘러 여기까지 왔다. 온갖 병마에 많은 목숨을 잃었으면서도 지금까지 잘 견디며 살아냈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는 불안의 안개 속에 잠겨 나를 긴장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마음을 졸이고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코로나 19도 지나가고 말 것이다.
T. S 엘리엇은 그의 시 ‘황무지’에서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얼어붙은 땅에서 솟아 나오는 여린 새싹들의 힘겨움. 그러나 인류는 그 새싹들 보다 더한 코로나 19와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그 싸움터에서 병자들을 돌보는 의료진들, 관계자들의 희생은 얼마나 클 것인가. 집안에 은둔하고 있는 나의 무능(無能)은 그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릴 뿐이다.
지난 몇 달 동안 코로나 19가 주었던 고통의 무게는 크다. 그 만큼 얻어지는 것도 값진 것이길 기도해 본다. 방송에서는 코로나 19 치료제가 올해 안에 나올 것이고, 백신은 내년까지는 개발 될 거라고 하니 희망의 미래가 보이기도 한다. 그 때, 창밖의 꽃들이 예쁨을 자랑하면 기꺼이 밖으로 나가 함께 즐거워하리라. 그러면 봄의 햇살 같은 따스함과 여유로움이 나를 평안으로 인도해 줄 것이다.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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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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