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 해봐, 언니, 고등어회는 여기가 아니고는 못 먹어. 산 놈도 썩거든, 퍼덩퍼덩 살아 있어도 썩는 게 고등어야, 언니, 살이 깊어 그래, 사람도 그렇더라, 언니,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어도 썩는 게 사람이더라, 나도 내 살 썩는 냄새에 미쳐, 언니, 이불 속 내 가랑이 냄새에 미쳐, 마스크 속 내 입 냄새에 아주 미쳐, 언니, 그 냄샐 잊으려고 남의 살에 살을 섞어도 봤어, 이 살 저 살 냄새만 맡아도 살 것 같던 살이 냄새만 맡아도 돌 것 같은 살이 되는 건 금세 금방이더라, 온 김에 맛이나 한번 봐, 봐, 지금 딱 한철이야, 언니, 지금 아님 평생 먹기 힘들어, 왜 그러고 섰어, 언니, 여태 설탕만 먹고 살았어?
김언희 ‘한 점 해봐, 언니’
솔직한 내 동생, 살의 깊이와 삶의 깊이를 다 알았구나? 꽃길만 걸었으면 했더니 두엄 길도 걸어봤구나? 산 채로 썩는 사람도 보고, 스스로 썩어도 보았구나? 썩는다는 것 슬프지만, 그걸 인정하는 것만큼 정직한 일도 없지. 바락바락 나는 안 썩었다고 외치는 사람 치고 냄새 안 나는 사람 없더라. 방부제를 넣고, 진공포장을 하고, 죽어서도 미라가 되어 산 것을 떠미는 안 썩는 것들이 문제더라. 살아서 펄펄 뛰다가 죽어서 군말 없는 고등어의 불립문자를 닮을 수 있다면, 한 점 아니라 두 점 먹을게. 꿈의 물질 DHA가 듬뿍 들어 성인병에도 좋고, 치매에도 좋다며? 반칠환 [시인]
<김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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