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 의식 바꾼 코로나, 대형 모임 자제 움직임

교황의 삼종기도 강론이 성베드로 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중계되고 있다. [AP]
다수가 밀집하는 대규모 행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기도 모임이 핵심 정체성인 종교계에 비상이 걸렸다. 교황의 주일 삼종기도가 8일(현지시간) 사상 처음 인터넷으로 중계되는 등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가톨릭교와 개신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세계 종교의 전통적 예배의식을 바꿔 놓고 있다.
교황청은 이날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피하기 위해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주일 삼종기도를 인터넷 생중계로 대체했다. 교황의 대중 연설 중 하나인 삼종기도는 주일이나 의무 대축일 미사 직후에 있으며, 미사의 주제 등에 관해 짧게 연설한 후 신자들과 함께 기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날은 교황이 사도궁 집무실 창문을 열고 성베드로광장을 굽어보며 진행하는 대신 바티칸 뉴스 웹사이트와 성베드로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등으로 볼 수 있게 했다.
교황청은 11일로 예정된 수요 일반 알현도 일반 신자들의 참석을 금지하고 온라인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교황청은 앞서 오는 15일까지 성찬을 제외한 모든 단체활동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란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중동의 상황은 강고한 이슬람의 종교 예법까지 바꿔 놓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달 27일 외국인의 비정기 성지순례(움라) 잠정 중단에 이어 자국민의 성지순례까지 금지했다. 이란은 기독교의 주일(일요일) 예배에 해당하는 금요대예배를 2주 연속 취소했다. 이란의 금요대예배 취소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이다.
유대교는 최대 명절인 9일 푸림(부림절)에 맞춰 준비한 각종 축제를 취소했다. 보건부가 5,000명 이상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금지한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한 시애틀 등지에서 축제 일정이 연이어 취소됐다. 또 팔레스타인 자치령 베들레헴에 위치한 예수탄생교회는 예배객들이 몰려드는 부활절(4월12일)을 불과 몇 주 앞둔 지난 5일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무기한 폐쇄됐다. 세계 최대 힌두국가인 인도에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오는 10일로 예정된 힌두교 봄맞이 축제 ‘홀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의 기세가 언제 꺾일지 기약하기 힘든 만큼 종교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CNN은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예배를 취소하거나 인터넷 생중계로 대체하는 지금의 결정에 대해 일부 신도들이 지나치다고 여길까 부담스러워한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09년 신종플루가 급격히 확산됐을 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종교단체들에 성찬ㆍ예배 등의 자제를 요구한 사례를 들어 “당시 의료 전문가들과 종교 지도자들 사이에 미묘한 불신 관계가 형성됐다”고 했다.
이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유력 종교계의 전향적인 조치들이 얼마나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내 종교 지도자들이 신도들의 감염은 최소화하면서 평소대로 모임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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