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에 맞지 않는다고, 방관적 관객 같은 뉴스 리포터보다는 뉴스 메이커로서 삶의 주인공 배우가 되어보겠다고 짧게 해본 신문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해심( 海心)’이란 나의 자작 아호(雅號)를 대폿집 옥호로 삼아 처음에는 한국일보사 뒤 기마경찰대가 있던 삼거리 모퉁이에 주점 ‘해심’을 소꿉장난처럼 했다. 이후 종로 네거리 화신백화점 뒤 옛날 ‘복지(福地) 다방’ 자리로 옮겨 서울 도심지 한복판에다 본격적으로 망망대해의 일엽편주 배처럼 꾸민 인생나그네들 특히 이상과 낭만으로 숨쉬면서 꿈을 먹고 열정을 쏟는 젊은이들의 사랑방을 마련했었다.
녹음된 파도소리,갈매기소리,벳고동소리,바닷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세계 각국의 뱃노래를 곁들여, 왕소라 잔에는 꿀을 탄 찹쌀막걸리에다 귤과 생강 쪽 그리고 솔잎을 띄워 담근 ‘해심주’를, 여왕조개 접시에는 매일같이 대한항공으로 제주도 부산 동해안으로부터 날아온 싱싱한 멍게, 해삼, 전복 등을, 그리고 해산물 잡탕찌개 ‘해심탕’을 안주로, 손님, 친구, 벗들과 더불어 나는 불철주야, 주야장천, 연일연야, 퍼마시고 피워댔다.
그러면서 날이면 날마다 금주 금연 선언했다가 밤이면 밤마다 파계하기를 수없이 했다.
그러던 내가 어떻게 술과 담배를 끊을 수 있었을까. 결코 내 의지력으로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술과 담배를 별로 안 하던 아내가 하루는 비장한 결심을 했는지 나보다 몇 배로 마시고 피우지 않겠는가. 더구나 뱃속에 첫 아기를 가진 몸으로. 그제서야 아차 싶어 제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언젠가 한국 신문에서 가슴을 찡하게 하는 글 한 줄을 나는 읽었다. 어느 초등학교 일학년생인 일곱 살 짜리 어린 아이가 쓴 일기를 모아 만든 책에 나오는 글이었다.
‘참, 이상하다. 왜 사람은 커서 어른이 되면 어려서 귀엽던 모습은 사라지고 성질이 나빠지는 것일까?’
부디 부디 이 아이와 모든 어린이들이 크면서 성질이 나빠지지 말고, 어린 아이의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을 평생토록 고이 간직해주기를 빌고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된 시집살이 한 며느리가 나중에 더 고약한 시어머니가 되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더할 수 없이 어진 시어머니가 될 수 있듯이, 제발 이 아이의 아빠 같이 날마다 술만 먹고 밤늦게 집에 오는 어른이 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이 점을 상기시켜주는 것이 동화들인 것 같다. 그래서 동화는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읽어야 하지 않을까.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은 그 누구라도 제 마음을 고쳐먹기에 따라 아주 판이하게 딴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프랑스의 비행작가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는 우리 모든 어른 각자 속에 가사 상태에 있거나 깊이 잠들어 있는 ‘어린공주’와 ‘어린왕자’를 일깨워 되살려주고, 우리 본연 본래의 참모습 어린 아이로 돌아가게 해준다. 그리하여 나쁜 것도 더러운 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의 맑고 깨끗한 눈으로 세상 모든 것의 진실과 아름다움을 보고, 만남의 기쁨과 헤어짐의 슬픔을, 시간과 공간의 거리를 뛰어 넘는 사랑을 나누게 해 준다. 우리 모두 너무 너무 사랑스런 ‘어린공주’ ‘어린왕자’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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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리/ 맨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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