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이 지난달 말 737맥스 기종의 잇따른 추락 사고로 항공사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최고경영자인 데니스 뮬런버그 CEO를 전격 퇴출시켰다. 현재 보잉은 1916년 창사 이후 최악의 위기에 처해있다. 야심차게 내놓은 737맥스 기종 항공기가 치명적인 프로그램 오류로 지난 1년 사이 2차례나 추락하면서 ‘죽음의 비행기‘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사고로 숨진 사람만 346명에 달한다.
보잉의 베스트셀러였던 737맥스는 전 세계적으로 운항이 중단됐으며 보잉은 소프트웨어 수정 등 보완조치를 통해 운항재개를 모색하고 있지만 고객들과 규제당국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고 부정적이다. 결국 생산중단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뮬런버그의 퇴진은 리더를 바꾸지 않는 한 고객들과 당국의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질이다.
이처럼 경영 실패에 따른 문책성 퇴진임에도 회사를 떠나는 뮬런버그는 거액을 손에 쥐게 된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3,000만 달러의 베니핏 플랜에 더해 퇴직금 700만 달러, 그리고 2,000만 달러 이상에 달하는 주식 및 연금 패키지 등 총 6,000만 달러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황금 낙하산’을 타고 자리에서 내려온 것이다.
당장 보잉에 부품을 대는 900여 업체들은 737맥스의 생산중단으로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할 경영자가 천문학적 액수의 퇴임 패키지를 챙겨나가는 모습은 너무 염치가 없어 보인다.
경영상 책임을 대하는 경영주들의 태도는 문화권에 따라 조금 다르다. 일본 같은 경우 외부환경에 따른 불가피한 실적부진에 대해서도 경영주들은 직원들과 사회 앞에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다. 이것이 지나치다 보니 어떤 때는 ‘염치 과잉’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그 반대편에 있는 것이 미국의 기업들이다. 같은 상황에서 보이는 미국기업 경영주들의 태도는 한마디로 ‘염치 결핍’이라 할 수 있다.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도 챙길 것은 확실하게 챙겨 나간다.
지난 2005년 홈디포 CEO였던 로버트 나델리는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무려 2억1,000만 달러를 받아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나델리 취임 당시 50달러가 넘던 주가는 41달러로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자 당시 언론들은 “경영에 실패하고도 엄청난 ‘실패수당’을 챙겨나간다”고 비판했다. 이렇듯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경영주들에게 보상을 안겨주는 관행은 결국 2008년 금융위기 원인의 하나가 됐다.
다수의 미국 대기업 CEO들은 근로자들보다 수백 배나 많은 연봉을 받는다. 이념적으로 중립적인 저명한 미국의 경제학자 3명이 이런 CEO들의 연봉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결론은 이들의 연봉이 경영능력의 시장가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렌트 착취’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렌트 착취’는 아무런 노동을 하지 않으면서 지위를 이용해 불로소득을 악착같이 챙기는 악덕을 의미한다. 실패한 경영자들의 막대한 퇴직금 패키지를 보면 이런 지적이 결코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보상체계는 경영자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규모와 성격이 너무 어처구니없는 보상은 서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준다. 근로의욕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계층 격차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한층 더 부정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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