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0년 워싱턴에서 태어난 이채연 공사 아들 DC 조지타운 가족묘에 묻혀있다 한글묘비 발견
▶ 박물관 ‘대한제국공사관’서 17일 헌화 예정

DC 조지타운에서 발견된 이화손의 묘지. 묘비 뒷면(왼쪽사진)에 한글로 ‘조선 니화손’이라고 새겨져있다.
워싱턴 DC 조지타운에 위치한 ‘오크 힐 묘지’에는 1890년에 안장된 한인 이화손의 무덤이 있다. 이화손(Ye Washon)은 대한제국공사관 4대 공사 이채연의 아들로 1890년 10월 12일 워싱턴에서 태어났다. 당시 미국 신문(이브닝월드, 1890년 10월 13일)에 ‘미국에서 태어난 첫 조선인’이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으나 생후 2개월 만에 습진으로 사망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공사관 건물주였던 펠프스 가문의 도움으로 12월 18일 조지타운의 가족묘지에 묻히게 됐다.
당시 한국에서는 일 년이 되기 전에 죽은 아이는 족보에 올리지 않아 생후 2개월 만에 숨진 이화손은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고 사라질 뻔 했으나 대한제국공사관 복원 과정에서 한종수 학예사의 노력으로 국무부 기록에 남아있던 무덤의 존재를 확인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 2018년 묘비를 찾아 재정비하던 가운데 묘비 뒤에 한글로 새겨진 ‘조선 니화손’이라는 글자가 드러나게 됐다.
대한제국공사관(관장 김상엽)은 오는 17일(화) 이화손의 129주기 기일을 맞아 묘지를 방문해 헌화할 예정이다.
한종수 학예사는 “오늘날 한미관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가운데 130여년전 이화손의 묘지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며 “미국에서 태어난 조선인 아이의 묘지를 마련해준 펠프스 가문의 사위 브라운(Sevellon A. Brown) 국무부 차관과 이채연 공사의 관계도 흥미롭고 초창기 한미외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채연 공사는 1893년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 브라운 차관과 함께 참석했으며 한국에 돌아가 한성판윤(지금의 서울시장), 한성전기회사 사장을 역임했으며 이 과정에서 주미공사로 활동하던 당시 맺었던 미국 인사들과의 인맥이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공사는 워싱턴에서 보았던 서클(원형 교차로)을 본보기로 한성판윤에 부임한 후 도로정비 사업을 추진하며 최초의 서클도 만들었다. 시청 앞 서울광장의 현재 모습도 당시 한성 도로정비 사업으로 조성된 서클 가운데 하나로 워싱턴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사선 도로의 모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편 내달 워싱턴을 방문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한제국공사관은 물론 이화손 묘지도 직접 찾아볼 예정이다. 100여년의 시간을 초월해 한성판윤과 서울시장이 연결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전망이며 내년에는 최초의 한인 시민권자인 이화손 130주년 기념행사도 준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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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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