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타니 [로이터]
'야구의 신'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도 결국 사람이었다. 개막 후 이어진 긴 침묵을 깨는 순간, 그가 보여준 생소한 동작에서 안도감과 경외감이 교차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최근 불거진 손목 부상 우려까지 말끔히 씻어내는 완벽한 한 방이었다.
오타니는 4일(한국시간) 워싱턴 D.C.의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MLB)'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 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0-3으로 뒤진 3회초 1사 1, 2루 상황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동점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7경기, 28타석 만에 나온 마수걸이 홈런이다. 다저스는 13-6으로 대승했고 5타수 2안타(1홈런)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른 오타니의 시즌 타율 역시 0.167에서 0.217로 상승했다.
홈런 자체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오타니의 세리머니였다. 일본 야구 매체 풀카운트에 따르면 오타니는 타구가 우측 관중석에 꽂히는 것을 확인했고, 베이스를 돈 뒤 홈을 밟으며 양손을 맞대고 잠시 하늘을 응시했다. 오타니를 12년째 근거리에서 취재해온 풀카운트 기자에게도 처음 보는 장면이라고 묘사했다. 늘 담담하게 베이스를 돌던 평소와는 확연히 달랐다고 짚었다.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 역시 이 장면을 주목했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공식 인터뷰에서 "오타니가 홈런을 친 뒤 안심한 것처럼 보였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에서 어떤 큰 힘이 작용했다는 느낌도 받았다. 어쨌든 본인에게는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복수의 일본 매체에서는 오타니의 '하늘 응시'를 두고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공교롭게도 매년 한국 시간으로 4월 4일은 오타니에게 '약속의 날'과도 같다고 한다. 2018년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터뜨린 날이자, MVP(최우수선수상)를 수상했던 2023년과 2024년에도 이날 홈런포를 가동하며 대활약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징크스가 재현된 순간, 오타니조차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이날 홈런은 최근 현지에서 제기된 부상 의혹을 잠재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타니는 지난 2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홈 경기 막판 삼진을 당한 뒤 손목을 터는 동작이 포착되며 팬들의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이에 대해도 로버츠 감독이 설명을 남겼다. 캘리포니아 포스트 소속 잭 해리스 기자에 따르면 로버츠는 "트레이닝 파트에서 오타니의 상태를 체크해봤다. 다행히 현재로서 손목 문제는 '논-이슈(Non-issue, 문제가 되지 않는 일)'다"라고 못 박았다. 부상 우려를 무색하게 만든 비거리 122m(401피트)의 호쾌한 아치는 오타니의 몸 상태가 정상임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이날 오타니가 물꼬를 트자 다저스 타선은 무섭게 폭발했다. 무키 베츠를 비롯해 앤디 파헤스, 프레디 프리먼 등 상위 타선 전원이 홈런을 기록했고, 새로 합류한 카일 터커까지 이적 후 첫 홈런을 신고하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4홈런 포함 장단 16안타로 13득점했다.
오타니가 안도의 한숨을 쉰 뒤 하늘을 향한 짧은 응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2026시즌 첫 아치를 그리며 통산 300홈런까지 19개를 남겨둔 오타니의 질주가 다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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