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은 일상에 있다. 비공식 관계, 행사 후 식사, 사적 대화의 공간에서 의외의 학습이 일어나기도 한다. 최근 중국인들과 식사 자리가 그런 자리였다.
중국인 룸메이트가 곧 귀국하는 친구들을 집에 초청해 생각지 못한 자리에 합류했다. 뜨거운 핫팟의 면을 건져 먹으며 평소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가 나왔다. 왁자지껄한 대화 속 결이 다른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내밀한 생각을 알 수 있었다.
2주 후 본국에 돌아가는 친구에게 귀국 소감을 물어보았다. “무서워” 그리고 “복잡해.” 의외의 답에 놀라 물었다, 아니 왜?
그들은 하나 둘 씩 자기들만 아는 이야기를 꺼낸다.
한 친구는 말한다. “미국에서는 자유롭지. 하지만 귀국하면 중국을 비판을 하면 안 돼. 현 정부는 전화도 컴퓨터도 다 감시하고 도청해. 우리 기술이 얼마나 놀라운지 모르지? AI의 음성 인식 기술은 완벽에 가까워.”
또 다른 친구는 한숨을 쉬며 정보통신망과 감시를 위한 정부부처의 예산을 이야기한다.
“거리에는 카메라가 백억 개 설치되어 있어. 요즘은 기술이 좋아서 얼굴이랑 모션 캡처 기술로 걸음걸이를 통해 신원 파악을 해. 우리나라는 인력 감시에 돈을 엄청 써. 고용 인원도 엄청나지.”
“공포가 입을 막고, 공포로 나라를 다스려.”
“지금 이 방향은 잘못된 방향인데, 아무도 비판을 할 수 없는 닫힌 사회야.”
이 친구들은,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정부 감시의 대상이 되어 살기 위해 침묵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라를 무척 사랑하기에 그 미래가 걱정된다는 것. 입은 막을지언정 생각은 막을 수 없으니 끓어오르는 번민으로 마음이 복잡하다 했다.
“거기서 태어났으니 이제 돌아가야지. 여기 오기 전에는 일상이었어. 그리고 그냥 입 다물고 살아야지.” 그 친구는 혹시 몰라서 구글 계정의 사용 내역도 매달 삭제해왔고, 이제는 쓸 수 없으니 탈퇴했단다. 체념한 상태다.
침묵하던 한 친구가 이야기한다. “우리 할아버지는 전쟁 영웅이야. 항상 나라를 찬양하셨어. 그런데 돌아가시기 바로 전에 나라를 거품 물고 비판하다가 돌아가셨어.”
다른 친구들도 낯빛이 바뀌고 침묵한다. 사적 자리에서 평소에 하지 않던 대화가 물꼬를 트자 친구들은 꾹꾹 눌러뒀던 이야기를 꺼낸다. 만약 지금의 장기집권 체제가 이어진다면 역사는 퇴보하는 거라고.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들 말하지만 대책이 없다. 비판할 수 없다. 그래서 비판적 생각은 사적 영역의 자리에 머물고, 마음에 고인다.
평소 수업을 듣고 공적 영역에서 연결된 친구들은 결코 하지 않는, 그런 결의 이야기다. 사적인 자리를 통해 그들 마음의 이야기를 듣고,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을 그들의 입장에서 알 수 있었다. 인간적 유대가 생겼다. 참 고마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사적인 대화 가운데 한국은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가. 얼마 전 미국에서 우연히 최근 정부를 비판하는 개인 유튜버와 집회의 고소고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공적 영역의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했다.
열린사회와 닫힌 사회ㅡ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대화의 종류와 깊이, 현 상황에 대화의 결이 그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 같다. 한국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최진희 펜실베니아 주립대 성인교육학 박사과정>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State College에 계신가요? 거긴 지금쯤 단풍이 많이 들었을텐데 나무밑에서 다람쥐들이 도토리 까먹느라 바쁘겠네요. 20년 전에 중국 친구들은 아침 수업에 머리 떡져 오기 일쑤였지요 (여학생들도). 그 사이 중국은 G2가 되어 버렸네요. 언제 한번 눈올때 Shortlige rd 북쪽으로 arboretum가는길에 있는 가제보 한번 가보세요. 아는 사람 많지 않지만 아주 예쁩니다 .
인간의 기본권을 압제하는 모든 체제에 반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이번에 반드시 개혁시켜야 한다.
이사람아 한국적민주주의 라는거야 특수한상황에서 저정도면 한국 정말 발전한거지 뭘모르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