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레는 마음속으로 뮤를 ‘스푸트니크의 연인’으로 부르게 되었다. 스미레는 그 말의 메아리를 사랑했다. 그것은 그녀에게 라이카 견을 연상시켰다. 우주의 어둠을 소리없이 가로지르는 인공위성. 작은 창문을 통해서 들여다보이는 한 쌍의 요염한 검은 눈동자. 그 끝없는 우주적 고독안에서 개는 대체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스푸트니크의 연인’의 한 소절이다.
62년전 오늘(1957년 10월4일),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다. 러시아어로 ‘동반자’란 뜻의 스푸트니크는 직경 58cm, 무게 83.6kg의 농구공만한 알루미늄 구체였다. 이 인공위성은 900km 상공에서 1시간36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씩 돌면서 22일 동안 신호를 보냈고, 3개월 동안 약 6,000만km를 비행한 뒤 대기권에 재진입하여 불타버렸다.
이 사건은 미국에 ‘스푸트니크 쇼크’라는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고, 냉전 상황에서 우주 경쟁의 포문을 열며 인류가 우주시대로 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군사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소련을 압도하고 있다고 자부하다가 한방 먹은 미국은 이듬해 7월 우주개발연구기관인 항공우주국(NASA)을 설립하고 부산하게 움직였지만 그 이후에도 소련의 질주는 당분간 계속됐다.
스푸트니크 1호 발사 한 달만에 소련은 ‘라이카’라는 개를 실은 스푸트니크 2호를 발사했다. 사상 최초로 생물체를 지구궤도에 진입시킨 시도였는데 당시 기술로는 지구 귀환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 최초의 라이카는 우주여행의 첫 희생자가 되었다.
이어 1958~61년 소련은 점점 더 크고 무거운 스푸트니크를 10호까지 연속해서 쏘아 올렸고, 그때마다 더 정교한 대기조성, 자기장, 태양복사 등의 측정기계들을 탑재했으며 매번 개와 쥐, 기니피그 등 각종 동식물을 실어 보냈다. 이중 5호와 9호, 10호에 태웠던 동물들이 무사히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고, 이 기술적 진보에 힘입어 드디어 1961년 4월12일 인류 최초의 우주비싱사 유리 가가린을 태운 첫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발사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미국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사건이다.
그 시기에 미국의 항공우주 기술은 걸음마 수준이었고, 1958년 1월31일 가까스로 첫 인공위성 익스플로러 1호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자존심에 막대한 상처를 입은 미국은 1961년 1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의회연설에서 “10년 내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그로부터 8년 뒤인 69년 7월에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사실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의 한 장면이다.
미국과 소련이 주도한 ‘국제우주조약’이 탄생한 건 스푸트니크 발사 10년 후인 1967년 10월이다. 우주에서의 무책임한 경쟁과 남용을 막고 평화적 우주개발의 틀을 세우기 위해 만들어진 협약이다. ‘우주는 모든 나라에 개방되며 어느 나라도 영유할 수 없다’, ‘달을 비롯한 모든 천체는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할 수 있다’, ‘핵무기 등 대량파괴무기의 궤도비행과 우주공간에서의 군사기지 설치, 핵실험 등을 금지한다’는 등이 주요내용이다.
다양한 목적과 기능을 가진 인공위성이 1970년대 후반부터 세계적으로 연간 120~140개씩 발사되어 현재 수천개가 궤도를 돌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2년 우리별을 시작으로 무궁화, 아리랑, 천리안 등의 위성을 발사했다.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수많은 인공위성들 속에서 라이카의 절대고독, 연소된 그 검은 눈을 생각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