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다수결을 원칙으로 한다. 한 표라도 많은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두 가지 주장을 놓고 대결을 벌일 때 어느 쪽이나 자기 쪽이 우세하다고 주장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적어도 수십만, 많게는 수천만에서 억에 달하는 인구를 가지고 있는 국가 대사를 결정할 때 이들 모두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여론조사를 한다.
그러나 여론조사의 문제는 같은 이슈라도 어떤 방식으로 묻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원전 폐기’에 관한 조사를 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 방지에 효과가 있는 원전 폐기에 찬성하느냐’라고 묻는 것과 ‘후쿠시마 핵 유출 사고위험이 있는 원전 폐기에 찬성하느냐’라고 묻는 것과는 결과가 같을 수 없다.
응답자의 성향도 문제다. 길고 복잡한 질문에 자기 시간을 내 대답하는 사람은 열성 지지자거나 반대자일 가능성이 높다. 극단적 성향을 가진 사람 의견이 보통사람 의견보다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 자기 생각이 대다수와 다르거나 집권층에 밉보일 가능성이 있을 경우 응답자는 본심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좀 나아졌지만 과거 한국선거 출구조사 결과는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았다. 사실대로 말했다가 불이익을 받을 것을 두려워한 사람들이 거짓으로 답한 것이다. 미국에서도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표가 여론조사보다 많이 나왔다. 하도 언론에서 욕을 먹으니까 속으로는 지지해도 하지 않는 척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조국 수호 촛불행사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석했느냐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이 행사를 주최한 ‘사법 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라는 긴 이름의 단체는 이 행사에 200만에서 250만이 참가했다고 주장한다. 노약자와 갓난아기가 포함된 서울인구 1,000만의 1/4에서 1/5에 달하는 숫자다. 이에 대해 야당 측은 5만에서 10만이라고 맞서고 있다. 어느 쪽 편도 들 수 없는 경찰은 아예 수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주최 측이 어떤 근거로 200만에서 250만을 주장하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한 대학교수는 소위 ‘페르미 측정법’을 이용해 당시 집회장소 넓이가 10만 평방미터고 1평방미터에 3명씩 설 수 있다고 하면 30만 명이 참석할 수 있는데 6시간에 걸친 행사 동안 2시간마다 3교대로 다녀갔다면 100만 명은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보다 실제 참석자를 정확히 가늠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 행사가 열린 서초 교대역은 그 시간 대 평소 2만 명 정도가 내리는 곳이다. 그러나 행사 당일은 10만 명이 내렸다 한다. 행사장 일대는 교통이 통제된 상태고 지방에서 올라온 버스 몇 대를 제외하면 걸어오거나 지하철을 타는 수밖에 없다. 거기다 당시에 근처에서는 ‘서리풀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여기 온 사람과 평소 지하철 이용객 모두를 합쳐도 10만이다. 이 언저리가 참석자 최대치에 근접할 것이다.
그럼에도 공영을 자처하는 지상파 방송과 일부 언론은 ‘100만 인파’를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행사 주최측은 무엇을 근거로 200만에서 250만이 참석했다고 발표했는지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못한다면 이는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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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쓰신분 글에 동의 하면서 그래도 한마디 해야 할것 같아 말씀 드립니다. mbc 에서 drone 으로 찍은 video가 있습니다.(7시경에 찍은거라 peak time도 아닙니다) 아무리 적게잡아도 20-30만은 되어보입니다. 서리풀축제 참여숫자는 최대한 많아봐야 1만명 정도. 한번 보시고 이런글을 쓰시지요.
이글을 쓴자 참 쫀쫀하게굴긴. 요는 많은 시민들이 조국 수호에 동참한다는거지 무슨 2만명이오건 200만명이 오건 무슨 상관? 하여간 보수꼴통들은 어떻게해서든지 상대를 끌어내려고 안간힘쓰는게 보이네. 아무리 그래도 이제는 젊은이들의 세대. 옛 박정희 향수부대들은 하나님의 섭리에의해 자연적으로 사라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