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필독서 한권을 골라 신입생 전원에게 읽게 하는 UCLA가 올해는 책 대신 팟캐스트를 선정했다. 선택된 팟캐스트는 LA의 공영방송 KCRW가 제작한 8부작 ‘이웃이 사라지고 있다(There Goes the Neighborhood)’. 지난 2017년 9-11월 사이에 방송됐던 이 팟캐스트는 LA 곳곳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을 파헤친 심층보도 프로그램이다.
한회 분이 20여분 길이인 이 프로그램은 낙후된 지역이 개발되면서 집값이 오르고, 임대료 상승으로 원래 주민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지역에 따라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전한다.
우선 LA 한인타운 남동쪽에 있는 웨스트 아담스. 매물로 나온 주택의 20% 이상이 싸게 산 후 고쳐서 되파는 이른바 플립(flip) 매물들이다. 이 지역 주택을 57만 8,000달러에 산 후 공사 중인 한 투자가는 85만 달러에 집을 다시 내놓을 생각이다. 집주인들은 부동산 가치가 오른다고 좋아하는 반면 렌트비 인상이 뻔해 세입자들은 좌불안석이다.
그런 우려는 웨스트 아담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현실로 닥쳤다. LA 다운타운 근처 낡은 아파트를 이전 매매가보다 훨씬 비싸게 주고 구입한 건물주는 다달이 융자금을 갚아 나가려면 렌트비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 렌트비 인상은 유닛당 최소 500달러에서 2,000 달러. 렌트비를 감당할 수 없는 라티노 세입자들은 여기서 밀려나면 지금 내고 있는 렌트비로는 다른 데 가서 방 한칸도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그냥 눌러 앉기로 했다.
이럴 때 미국에서 잘 하는 말, “법정에서 봅시다”. 결국 한쪽은 법원 판결에 따라 경제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팟캐스트는 전했다.
다운타운 아츠 디스트릭트의 예술가들도 난리다. “이름을 아츠 디스트릭트에서 럭서리 디스트릭트로 바꾸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30년 전만 해도 자잘한 제조업체와 창고가 대부분이던 이 곳에 월세 싼 곳을 찾던 예술가들이 들어온 후 이들은 창의적인 솜씨를 발휘해 이 곳을 명소로 변모시켰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화근이었을까. 지금은 예술촌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등에 업은 이 지역에 개발업자들이 몰려오면서 덩달아 렌트비도 올라 벌써 2번이나 쫓겨난 사람도 있다.
경전철과 20억 달러짜리 풋볼 구장이 들어서는 잉글우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 지역. 이 지역의 다수였던 흑인들이 라티노에 밀려 지금은 9%에 불과하지만 이곳 흑인들은 단단한 중산층들.
하지만 풋볼 구장에다, 멀지 않은 비치에 테크 업체들까지 몰려들면서 개발업자들이 이를 놓칠 리가 없다. 럭서리 주택건설 붐이 코앞에 닥쳤다. 1960년대 인종분리 조치가 철폐되기 전 원래 이곳은 백인 주거지역이었다. 백인들이 잃어버린 고토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중산층 흑인들마저 불안하다.
UCLA측은 이 팟캐스트가 아트, 인종 분포도, 스몰 비즈니스 개발, 도심의 현황 등을 통해 LA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잘 전해 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신입생 필독서 선정은 책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미디어를 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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