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미란 ‘호저’
복숭아나무가 감나무 손을 잡고
감나무가 자두나무 손잡는 걸 보니
새삼 눈물 난다
저 가지들이 내 인생에 들어와
은근슬쩍 연애라도 하자 하면
둥글게 과일 익어가듯 연애하다 보면
나도 둥글게, 둥글게 이웃 손을 잡고 있을까
그러다 동서남북 서로 얽힌 저 나무뿌리들이
내 삶을 송두리째 점령한다면
거대 자본이 뿜어내는 소비사회의 강풍에도
끄떡없는 검푸른 숲 되어 있을까
절제 없이 가지 뻗어 얽힌 나무 풍경이야
어제오늘 보는 것만도 아닌데
나는 왜 새삼 가슴이 다 아픈 것이냐
강강수월래, 나무가 나무 손을 잡고
강강수월래, 산이 산의 어깨를 곁고
강강수월래, 햇빛이 바람의 손을 잡고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누가 저 둥근 춤, 멈추게 할 수 있으랴
배한봉(1962~) ‘과수밭은 둥글다‘
자연 속의 생명들을 보면 모두가 둥글다. 서로를 향해 굽어가는 과수밭의 나무들뿐이 아니다. 작고 큰 동물들과 새, 땅을 기는 굼벵이나 아마딜로, 그리고 짐을 진 사람의 어깨와 사슴의 눈망울 모두가 둥글다. 모두가 조금씩 굽어 다른 그 무엇을 향하는 듯 흐를 때 따스한 곡선이 생겨난다. 꽃이며 열매며 별빛이며 빗방울도 그렇다. 굽어 흐르는 평화로 서로 몸을 섞는 과수밭 풍경은 평화다. 소비강풍, 자본의 뾰죽한 시대에 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해하지 않는, 서로 품고 서로 비껴가는 곡선의 세상을 꿈꾸어본다. 임혜신 [시인]
<
배한봉(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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