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수많은 남자와 여자 중에서 나의 인연을 만나 결혼하고, 그 결실로 얻은 새 생명, 내 아이를 바라보는 설렘과 기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가 조금씩 자라는 것을 보며 부모들은 결심한다. 내 아이를 세상의 누구보다 사랑해주고, 어느 누구보다 아껴줄 것이라고. 나는 수퍼에서 세일하는 오래된 과일을 사먹을지언정, 내 아이에게는 오개닉 사과를 먹이고, 나는 덜 입고 덜 먹더라도 내 아이는 어디 가도 기죽지 않게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은 마음이 부모의 마음이리라.
부모의 사랑, 기대, 설렘은 곧 좋은 부모가 되리라는 강한 의지를 불태우게 하고, 아이에게 좋다는 것들을 쫓아 다니며 자녀 양육,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게 한다. 내 아이의 성공과 행복은 곧 부모들의 삶의 목표가 된다. 그러나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의 기대와는 다르게 엇나가고 반항하기 시작한다.
‘네가 감히 어떻게 내게 그럴 수 있니? 너는 나의 희생과 노력과 사랑으로 키워진 아이인데.’ ‘대체 내 아이는, 그리고 나는 무엇이 잘못된 걸까?’
지난 봄 다육식물 화분 하나를 선물 받았다. 작은 화분에 아기자기하게 심겨진 다육식물을 키우는 일은 꽤나 흥미로웠다. 얼마 되지 않아 꽃대가 하나 올라왔고, 곧 작은 꽃봉오리들이 아롱아롱 생겨났다. 어떻게든 꽃을 피워보고 싶은 강한 의지로 그때부터 인터넷 검색과 책을 찾아보며 꽃피우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알알이 맺혀있던 꽃봉오리들은 꽃을 피우지 못한 채 말라갔다. “뭐가 잘못된 거지?”
다 말라버린 꽃봉오리를 들여다보다가 바짝 말라 떨어져버린 이파리를 발견했다. 아, 물이 부족했구나. 처음 다육식물을 받았을 때는 흙의 상태를 살피며 물을 주었다. 그러나 욕심이 생겨나면서부터 이 사람 저 사람이 말하는 정보에 기대기 시작했다. 더 좋은 환경을 주려고만 했지 정작 다육식물의 상태는 놓치고 말았다.
우리는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의 부모세대에서는 감히 접해보지도 못하는 다양한 양육정보와 교육정보들이 넘쳐난다. 어느 부모든 조금의 노력만 기울이면 이 정보들에 닿을 수 있다. 부모는 열의에 넘쳐 이 정보들을 내 아이에 다 갖다 붙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정보에 기대어 양육을 하다보면 정작 내 아이의 상태, 내 아이의 성격과 생각 그리고 마음상태는 무시하게 된다. 내 아이에게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주기보다는 남들이 말하는 ‘좋은 환경’이라는 틀에 내 아이를 끼워 맞추게 된다.
넘쳐나는 정보들을 기준 없이 받아들이면 자녀에게 일관성 없는 양육환경을 제공하거나,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진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자녀 양육에 대한 부모 자신의 확고한 기준과 잣대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다는 음식도 내 아이 체질에 맞지 않으면 독이 되듯이, 어떤 좋은 프로그램이나 환경도 내 아이와 맞지 않으면 독이 된다. 아이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가족, 그 중에서도 부모다. 잠깐 멈추고 내 아이의 상태를 바라보자. 이 잠깐의 찰나가 내 아이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줄 중요한 순간이 되어줄 것이다.
<
김유진 카운슬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운다 는 것 내 입맞에 맞게 키울까, 자식이 좋아하는건 무엇이든 OK로 키워야 지금 아이들에겐 좋은 부모라 하니 그렇게 해야하나...쉬운일은 아니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