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정 ‘Cremation’
웨이터가 주문을 받아간지
너무 오래 된 것 같다
음산한 점심 식당, 창밖에는
눈이 날린다
밖은 그새 더 어두워진 것 같다
주방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본 뒤
마지막으로 창밖을 지나가는 행인을 본 뒤로
식당에 들어서며
찾아가 앉은 식탁 위에는
다만,
한 잔의 얼음물만이 놓여있을 뿐
귀를 세워, 나는
주방안에서 쿡들은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지
궁금해지는
몹시, 궁금해지는
춥고 음산한 겨울, 시인은 손님이 별로 없는 식당에 들른다. 창 밖에는 행인도 그치고, 주문을 받은 웨이터는 주방으로 사라진 뒤 나타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또 시간이 흐르고 찬 물 한 컵만 마주하고 앉은 시인은 음울의 깊이로 빠져든다. 겨울의 정적, 겨울의 고독, 겨울의 음산함이 번져간다. 그렇다, 음울이다. 이 시가 그려내고자 하는 것은 시간이 멈춘 듯한 겨울의 음울함이다. 느린 시간과 눈발 속에 더 느린 조바심 같은 불안이 초침을 딸깍이며 지나간다. 딴 세상인 듯, 오직 내리는 눈의 정적만 남기고 사라진 주방 저쪽으로 귀를 세우는 이. 주방의 문과 사라진 웨이터는 우리를 음울의 내면으로 몬 다만, 소도구였던 것일까.
<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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