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번듯한 직장을 가진 사람들도 차에서 잠을 자는 것이 캘리포니아의 현실이 되었다. 감당할 수 없게 치솟은 주거비는 노숙자 양산에 그치는 게 아니다. 집값 싼 곳에 사느라 출퇴근 거리가 멀다보니 경관이나 교사, 간호사 등 중산층마저 퇴근 후 차에서 지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남쪽, 샌 마테오 시의 제프 블린튼 경관은 경찰서 주차장에 세워 놓은 그의 밴에서 밤을 지내는 때가 많다. 그가 사는 곳은 경찰서에서 동쪽으로 85마일 떨어진 콘트라 코스타 카운티의 오클리. 러시아워에는 출퇴근에 2시간30분이 걸린다. 특히 12시간 근무 후 교대 때는 너무 힘이 든다. 그래서 집에 가는 대신 차에서 자고 출근하는데 이런 경찰관이 그 하나가 아니라고 한다.
왜 직장 가까운 곳에 살지 않느냐고 묻겠지만 샌 마테오는 보통 집이 140만 달러 정도. 중견 경찰관 연봉이 10만 달러가 넘으니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집값을 감당할 수는 없다.
샌 마테오 경찰관 125명 중 샌 마테오 시에 사는 사람은 불과 9명. 운 좋게 부모로부터 집을 물려받은 사람들이다. 68%는 샌 마테오 카운티를 벗어나 집값이 싼 외곽에 살고 있다. 이들은 평균 50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집이 있지만, 일부 경찰관은 동쪽 샌 호아퀸 카운티나 유명 마늘산지인 남쪽의 길로이에 살기도 한다. 출근하려면 80마일에서 100마일 정도를 운전해야 하는 곳이다.
장거리 출퇴근을 하다 보니 졸음 때문에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11시간 근무 후 원거리 퇴근을 하던 15년차 경찰관이 졸음운전을 하다가 차가 굴러 다리 하나를 잃는 중상을 입었다. 이 사고 후 제프 블린튼 경관의 아내는 그에게 무리한 출퇴근을 말렸고, 그는 차에서 자는 날이 더 많아졌다.
이직도 많다. 지난 6년간 125명의 경찰관 중 21명이 더 적은 월급을 감수하며 집 가까운 경찰서로 옮겨가 버렸다. 경찰관 한명 양성에 15만 달러가 드니 300만 달러 이상을 날린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샌 마테오 시는 오래 된 소방서의 한 쪽을 치워 비싼 집값 때문에 멀리 사는 경찰관들에게 잠자리를 마련해 주기로 했다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지는 전한다. 12개의 벙크 베드를 집어넣고 샤워 시설도 갖춰 간단한 주거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인구 75만명의 샌 마테오 카운티는 일자리 12개 당 집은 한 개꼴일 정도로 주택난이 심각하다. 그래도 주민들은 단독주택 지역에 다가구 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샌 마테오 카운티처럼 집값이 비싼 곳에서는 경찰뿐 아니라 교사나 간호사 등도 내 집 마련이 요원한 ‘잃어버린 중산층’들이다. 주택보조 프로그램 혜택을 받기에는 수입이 많지만 자력으로 마이 홈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경찰관이 퇴근 후 경찰서 주차장에 세워 놓은 밴으로 자러 가듯, 간호사는 병원 주차장, 교사는 학교 주차장의 차에서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도 넓게 보면 노숙자 스펙트럼에 속하니 ‘파트타임 노숙자’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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