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경 ‘추억’
3호선 교대역에서 2호선 전철을
갈아타려면 환승객들 북적대는 지하
통행로와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오르내려야 한다 바로 그 와중에서
그와 마주쳤다 반세기 만이었다
머리만 세었을 뿐 얼굴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서로 바쁜 길이라 잠깐
악수만 나누고 헤어졌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그와 나는 모두
서울에 살고 있지만
김광규 (1941- ) ‘교대역에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복잡한 전철역이 교대역이다. 3호선에서 2호선 갈아타는 그 북새통 속에서 반세기 동안 잊었던 지인, 혹은 고향 친구를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차 한 잔 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우리들은 대부분 그냥 헤어지고 만다. ‘어 너구나, 맞구나. 응응 그래 그래, 또 보자’ 인사를 나누고 스치듯 돌아서고 난 뒤의 알 수 없는 허전함이 시 속에 가득하다. 가느다란 하나의 획을 그으며 사라져 가는 이런 만남들은 이 시대가 얼마나 외로운 시대인가를 증명한다. 앞이라 불리는 그 방향도 알 수 없는 길을 향해, 헤어져 서로의 길을 급하게 가면서 이들 마음속에 오래된 통증 같은 허허로움이 흔들렸으리라. 그렇게 만나고 헤어져간 이들 모두,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기를… <임혜신 시인>
<
김광규 (1941- )>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