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 대학신입생 수를 1,990만명으로 집계한 전국교육통계센터는 2019년 가을엔 2,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많은 가정이 대학으로 떠나는 자녀들의 짐 싸기로 한창 바쁜 시기가 요즘 8월과 9월이다. 자녀의 흥분과 불안, 부모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며 분주한 가운데 짐 싸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마음의 준비다.
“댁의 자녀는 정서적으로 대학 갈 준비가 되었습니까?”라는 지난주 월스트릿저널 보도는 우수한 성적과 뛰어난 과외활동 기록을 갖춘 많은 틴에이저들이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채 “자립해야할 성인의 세상과 첫 대면을 하러” 대학으로 떠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11만명 고교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칼리지보드의 조사에선 73%가 대학에 갔을 때 주요 걱정거리로 ‘새로운 소셜 환경’을 꼽았고, 또 다른 조사들에 의하면 30%가 대학 첫해 중퇴를 하고 있으며 23%가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가 치료를 받고 있다.
소득불평등과 이혼율 증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불안정한 영향력 증대 등이 불안한 사회환경을 조성하고, 이같은 사회변화에 대해 성장기의 자립심을 키워주는 전통적 교육 대신 과잉보호로 자녀의 삶을 컨트롤하려는 부모의 대응이 정서적으로 미숙한 젊은 성인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월스트릿저널은 분석했다.
“정서적 대비를 위한 AP클래스는 없다”고 전제한 정신의학자 앤소니 로스테인과 심리학자 재닛 힙스는 “만연한 정신건강 문제에 직면해 학생과 부모, 대학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역할을 포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가족과 친구의 익숙한 보호막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소속감을 못 느끼는 두려움에 시달리는 학생 자신이 성공적 적응을 위해 택해야할 첫 단계는 ‘인정’이다. 이 전환기가 정말 힘든 시기이며 자신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대학으로 떠나는 자녀의 부모들도 새로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멀리 있는 자녀의 문제에 언제,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지부터 당황스럽다. 자녀에게 새 환경에 집중할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첫 걸음이다. 통화든 문자든 설교하지 말고 경청하는 대화에 익숙해져야 한다. 자녀 스스로 적응법을 터득할 여지를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자녀에게서 위험한 신호를 느낄 때는 다르다. 이럴 경우 유감스럽게도 대학은 부모에게 기댈만한 파트너가 되지 못한다. 감시자나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고 월스트릿도 지적한다. 자녀가 자살을 기도해도 부모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18세가 지나면 법적 ‘성인’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아파도 부모에게 더 이상 자녀의 의료 사안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는 뜻이다. 이에 관한 연방법인 가족교육권 및 사생활법(FERPA)에 관해 학교당국에 자세히 문의하고 부모의 정보공유를 허용하는 자녀의 동의서 서명 등에 대한 안내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학 첫해의 방황은 정상적인 성장의 한 부분이다. 대학 입학은 자녀가 처음으로 부모 보호를 벗어나 스스로 장애를 극복하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하는, 실질적 성년의 출발을 의미한다.
한 엄마는 우등생인 제 형에 치여 칭찬보다는 야단을 더 들었던 둘째가 대학으로 떠나던 날 한 보따리 준비했던 설교 대신 “엄만 언제나 너보다 더 네 편이야”라고 말했다. 혼자 치러야 할 외로운 싸움에서 수없이 넘어졌다 일어서야할 아이를 위해 자신이 생각해낼 수 있는 최선의 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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