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아침 8시23분, 911 전화가 울렸다. “난 자살하려고 합니다”라고 알린 노인은 출동경관들에게 인척 연락처 등을 적은 메모를 남겨두었다고 말했다. 응답요원은 통화시간을 끌려고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우린 앞쪽 베드룸에 있을 겁니다”를 마지막으로 그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시애틀에서 약 100마일 떨어진 왓컴 카운티 펀데일 인근 작은 마을 그의 집에 경찰이 도착한 것은 15분 후. 77세 브라이언 존스와 76세 패트리샤 휘트니-존스 부부는 ‘앞쪽 베드룸’에 나란히 누워 숨져 있었다. 아내는 한 발, 남편은 세 발, 둘 다 총상 사망이었다.
그리고, 그가 남긴 몇 개의 메모 중엔 아내가 중병을 앓고 있었으며 자신들에겐 더 이상 의료비를 감당할 힘이 없다는 자살 이유가 적혀 있었다.
지난 한 두 주 미국을 휩쓴 수많은 죽음 뉴스의 소용돌이에 묻혀버렸던 이 부부의 죽음은 왓컴 카운티 쉐리프국 페이스북에 실리면서 뒤늦게 급속하게 퍼져 나갔다. ‘살해 후 자살’로 규정하는 미국에선 잘 쓰지 않는 ‘동반자살’이라는 용어가, 그래도 더 적합할 듯한 이 죽음의 이유가 많은 사람들에게 남의 일 같지 않은 충격과 슬픔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이들이 시달리는 ‘학자금 빚’ 못지않게 노인들을 힘겹게 하는 것이 ‘의료비 빚’이다. 노인 인구는 전체의 15%이지만 노인 의료비는 전체의 34%를 차지한다. 수입은 줄어들고 의료비는 상승하니 빚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존스부부의 의료나 재정 상황은 아직 밝혀진 것이 없지만 12만2,000달러의 크레딧카드 부채로 2016년 파산신청을 했던 기록은 나왔다. “감당하기 힘든 처방약 값을 크레딧카드에 의존하는 상당수 노인들이 빚더미에 점점 짓눌리는 경우가 흔하다”고 전한 크레딧 상담가들은 이런 의료비 빚이 노인 파산신청 이유 중 하나라면서 처방약 값 지불지원 단체와 연결이 가능하니 너무 늦기 전에 상담해줄 것을 당부한다.
부자 아닌 노인들이 다 의료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메디-메디’로 불리는 의료혜택 수혜 노인들에겐 의료비 걱정이 없다. 노인들의 정부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저소득층 의료지원인 메디케이드(캘리포니아는 메디칼), 두 가지를 다 가진 경우다.
문제는 중산층에 속하는 노인들이다. 재산이나 수입이 메디케이드를 받기에는 ‘너무 많지만’ 폭등하는 의료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사람들, 그러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스스로 해결하다 막다른 골목에 부딪치면 무너지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가진 메디케어는 자기 부담금이 높을 뿐 아니라 양로병원과 자택 간병 등 롱텀케어는 아예 커버하지 않는다.
유일한 옵션은 재산이 바닥난 후 메디케이드 수혜자가 되는 것이다. 의료비에 치인 본인과 가족들에게 마지막 소원이면서도, 평생 일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온 중산층 노인들에게 “저소득층 전락은 좌절감을 준다”고 시카고대학 NORC연구소 캐롤라인 피어슨 부소장은 말한다.
2014~2029년 사이 중산층 노인인구 문제를 분석한 NORC연구소의 리서치는 현재 790만명인 중산층 노인이 2029년엔 1,44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며 이중 54%는 롱텀케어를 감당할 능력이 없을 것이지만 이들을 위한 플랜은 아무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잊혀진 노인 중산층’은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껏 한인노인들이 누려온 ‘메디-메디’ 수혜자격에 더 이상 해당되지 않을 대부분의 새로운 한인노인 세대 앞에 놓인 당면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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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노메 원도사 주둥이선 단1번도 긍정적 좋은말 나오는꼬라질 못보겠다. 할종일 1년365일 미국씨버댐서 왜 한국으로 안돌가는지. 내가 내는 세금이나 축내고 정말 저딴노미 계속존제하는이상 나도 이젠 더이상 세금을 안낼거다.
슬프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누구를 탓하기에는 미국의 의료시스템이 너무 엉망입니다. 니탓 내탓 할때가 아닙니다. 다만 열심히 세금내고 나라에서 주는 극빈층 혜택을 안받으려고 살려는 진정한 미국의 중산층들이 늙어서 자살로 인생을 마감할수 밖에 없는 현실을 어찌 할것인가 고민을 해야 합니다. 홈리스들도 시민입니다. 인도주의가 먼저 누구에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할때입니다.
오바마케어를 반대해 무산시킨 대부분의 공화보수들은 당해도 싸다. 매달 조금씩 돈내면 모든 국민이 오바마케어에 가입되 메디케어 없이도 누구나 치료를받을수있었는데 고 돈 조금내는게 아까워 반대. 지 자식들한테는 용돈에 SAT학원등 몇천불씩 대주는건 안아까워하면서. 한번 심장마비가 와 수술한번 받아 $80만불 청구서가 날라와봐야 그때서야 후회하지.
세계에서 제일 잘 산다고 하는 미국에서 어느 누구나 아프면 치료 받을수있는 치료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국민 보험이 없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 지금도 국민보험을 말하면 사회주위를 하자는 거냐고 입에 거품을 물고 야단인 사람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분간 못하고 진실을 왜곡 하거나 서로 서로 못 믿는 사회 풍조...미국이 지구촌이 어디로 갈지, 어느누가 정말 사람을 국민을 나라를 위해 말하고 일하고 노력할려 하는지...통 알다가도 모를정도로 되어버린 요즘인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