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하진 ‘무제’
산동네 지하방들은 하나 둘 풍선처럼 떠오르기 시작하고 밤마다 우주의 바깥까지 날아가는 방은 외롭다 사람들아 배가 고프다
인간의 수많은 방을 싣고 지구는 날고 있다 그런 방에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편지를 쓰는 일은 음악 같은 일이다 불씨처럼 제 정신을 떠도는 일이지만 북극의 냄새를 풍기며 내 입술을 떠나는 휘파람, 가슴에 몇 천 평을 더 가꿀 수도 있다 이 세상 것이 아닌 것들이, 이 세상을 희롱하는 방법은, 외로워 해주는 것이다
외롭다는 것은 바닥에 누워 두 눈의 음音을 듣는 일이다 제 몸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외로움이란 한 생을 이해하는데 걸리는 사랑이다 아버지는 병든 어머니를 평생 등뒤에서만 안고 잤다 제 정신으로 듣는 음악이란 없다
지구에서 떠올라온 그네 하나가 흘러 다닌다 인간의 잠들이 우주를 떠다니는 동안 방에서 날아와 나는 그네를 탄다 내 눈 속의 아리아가 G선상을 떠다닐 때까지, 열을 가진 자만이 떠오를 수 있는 법 한 방울 한 방울 잠을 털며
밤이면 방을 밀고 나는 우주로 간다
김경주 (1976-) ‘방을 밀며 나는 우주로 간다‘ 전문
밤은 우주로 통하는 통로이고, 그 통로를 여는 사람들은 산동네 지하방 사람들이다. 세상 것을 많이 소유하지 않은 이들은 광대한 우주의 신비로 향하는 법을 더 잘 안다. 이건 부에 대한 빈의 차별이 아니다. 많은 소유는 영혼의 눈을 흐리게 한다는 명징한 사실을 말하는 것뿐이다. 작은 영혼의 방들이 저마다 우주를 하나씩 꽃등처럼 밀며 슬프고 아름다운 평정의 어둠속을 떠다니는 음률의 밤이다. 우주로 나간다는 것은 깨어난다는 것일 게다. 희미하게 빛나는 열림의 부드러움으로 깨어난 우주는 아주 작고 가난한 존재들의 낭만적인 숲이다. 외로운 열망의 불을 켜고 달빛 진 어둠에서 어둠으로 흐르는 잠 못 이루는 밤의 잠, 슬픔조차 달콤한 불면으로 감겨오는 가난하여 더욱 깊은 밤이다.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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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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