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0주년을 맞은 지난 주말 미 우정국은 이를 기념하는 사진을 담은 2종의 55센트짜리 우표를 발행했다.
하나는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은 닐 암스트롱 선장이 달 표면에서 찍은 것으로, 거울처럼 반사되는 버즈 올드린의 헬멧 바이저(가리개)를 통해 그 자신과 달착륙선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아마추어 천문학자 그레고리 H. 레베라가 2010년에 찍은 달 사진으로, 아폴로 11호가 내린 지점 ‘고요의 바다’를 흰 점으로 표시해놓은 이미지다.
두 장의 우표를 보고 있자니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의 ‘우표 스캔들’이 떠오른다. 달에 가져갔던 우표를 팔아 엄청난 수익을 남겼던 스캔들 말이다. 처음 시작은 아폴로 12호 승무원 리처드 고든의 아내 바바라 때문에 비롯됐다고 한다. 우표 수집가였던 그녀는 아폴로 이전부터도 우주비행사의 기념우표가 나오면 잔뜩 구입해 봉투에 붙인 다음 거기에 우주비행사들의 사인을 받곤 했다. 이런 우표가 엄청난 가격으로 팔리자 이게 큰 사업으로 발전한 것이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된 사건이 1972년 아폴로 15호 스캔들이다. 선장 데이빗 스캇과 우주비행사 제임스 어윈, 알프레드 워든이 우주비행 기념우표를 붙인 봉투 650장을 달에 들고 가서 달 위에서 소인을 찍어(스탬프도 가져갔다) 돌아온 사건이다. 소인뿐만 아니라 세 사람의 사인도 들어가 있는 이 봉투들이 우표수집가들 사이에서 엄청난 가격으로 매매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스캇 일행이 가져갔던 650통 중에는 나사의 허가를 받은 것도 있고 지인들에게 부탁받은 것이나 스스로 기념하기 위해 간직해두려고 한 것도 있었지만 그중 100여통은 서독의 우표업자로부터 1인당 7,000달러의 사례금을 받고 의뢰받은 것이었다.
이 사실이 매스컴에 의해 알려지면서 일대 스캔들이 되었고 상원 조사위원회가 생길 정도로 문제가 되었다. 사실은 이전에도 거의 모든 우주비행사들 사이에 관행적으로 있었던 일이었지만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한때 장군 승진이 거론되기도 했던 데이빗 스캇과 그의 일행은 공식 징계와 함께 이후의 우주 비행 자격을 박탈당했다.
당시에는 우주비행사들이 국민적 영웅이었고, 인기가 워낙 높다보니 달에 가져갔던 개인 소지품들이 값비싼 소장품이 되면서 생겨난 일이다. 그 때문에 점점 달로 가져가는 소지품의 수가 많아졌고 상업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
우표 스캔들 외에도 한 메달회사가 우주비행사들에게 100개의 영국 파운드 은화를 달로 가져가게 하여 50개는 사례로 주고, 나머지 50개를 돌려받은 후 그것을 다시 주조하여 13만개의 메달을 만들어 팔아 큰 이익을 얻은 사건도 있었다.
이외에도 지나치게 사적이거나 보고하지 않은 선외활동, 사익 추구 등의 여러 사건 사고가 많았다고 하니, 아폴로 17호를 마지막으로 1972년 달 탐사를 종료했던 나사가 다시 유인우주선을 띄운다면 우주비행사들의 상업성 논란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겠다.
우주비행사라고 하면 지구상의 세속적 물질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반듯하고 모범적인 사람들일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너무 높이 올라가다보니 한술 더 뜨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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