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수에 담가 겉면만 살짝 익혀야, 생선 다 데친후 채소 넣어야 제맛
시즌을 앞서서 먹는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이랄까?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짜릿함이 있다.
6월 중순에서 말 사이면 한참 맛이 오를 득량만 갯장어를 좀 일찍 만나고 왔다. 7월 초~8월 말은 여수에서, 9월 초~10월 중순은 남해가 맛이 좋다. 서로 거리상으로는 멀지 않지만 조금씩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맛이 깊어지는 것 같다.
참장어, 갯장어, 하모 등 같은 장어도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민물장어나 붕장어는 치아가 없지만, 이 갯장어는 이빨이 상당히 날카롭기로 유명하다. 주로 주낚으로 낚지만 이빨이 워낙 무시무시해서 낚싯바늘을 빼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그렇게 바늘을 입속에 둔 채로 낚싯줄을 잘라서 수족관에 두기 때문에 모든 장어의 입에는 낚싯줄이 수염처럼 달려있다. 가끔 머리가 잘려도 약 30분가량 입을 벌린 채로 신경이 살아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손가락을 갖다 대면 물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갯장어는 다른 장어를 손질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장어 살을 넓게 펴 가운데 굵은 뼈를 제거하고 난 후에 본격적인 손질에 들어간다. 근육 속의 잔가시가 가득 박혀있는데 이 잔가시는 뽑히지도 않을뿐더러 생선살을 익힌 후에도 절대 제거할 수가 없다. 만약에 생선살을 익혀서 가시를 제거하겠다고 한다면 아마 생선살 절반 이상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이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날이 잘 선 회칼을 사용해서 1㎜ 간격으로 살을 저며 주는 것이다. 칼을 넣을 때는 껍질 직전까지 칼을 넣어 살 속에 얽혀 있는 가시를 완전히 자르되 껍질은 자르면 안 된다. 그야말로 모든 감각을 집중해야 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칼집을 넣고 나면 약 3㎝ 크기로 먹기 좋게 썰면 양질의 단백질과 칼슘을 맛있게 섭취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여기까지 했다면 갯장어 요리는 다 한 것이나 다름없다. 잘 손질된 갯장어는 그냥 회로 먹어도 손색이 없다.
다음은 데칠 육수와 채소, 소스를 준비하는 일이다. 요즘 다시팩의 수준을 보면 전문 요리사의 육수 못지 않게 잘 나와 있으며 채소도 손질 채소를 쉽게 구매할 수 있어서 사실상 어려운 작업은 없다. 소스도 유명 요리사들의 훌륭한 레시피로 만들어진 제품이 워낙 많으니 취향에 맞게 구입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새콤한 폰즈 소스에 무를 조금 갈아 넣고 곱게 간 고춧가루를 살짝 쳐서 먹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갯장어 요리는 ‘샤브샤브’ 또는 ‘유비끼’ 라고 부르는데 유비끼가 더 알맞은 이름 같다. 유비끼는 정말 살짝만 데쳐 먹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선술집에서 접할 수 있는 메뉴 중 참치나 소고기로 만든 타다키는 불을 사용해 겉면만 살짝 익혀 먹는 요리인 반면 유비끼는 육수를 사용해 겉면을 익혀 먹는다고 보면 된다. 갯장어의 특성상 너무 익히면 살이 퍽퍽하게 되기 때문에 식감이나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입속에 갯장어 살의 익은 부분이 부드럽게 닿고 씹을 때는 쫀득한 식감이 느껴지는 것이 정말 잘 익힌 유비끼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한 번에 많은 양의 장어를 육수에 넣는 일은 없어야 한다. 크기에 따라 보통 2~3초 정도만 익히면 되기 때문에 육수는 최대한 맑은 상태를 유지해야하고 너무 세게 끓어오르는 일도 자제하길 바란다. 생선을 다 데쳐 먹은 후에 채소를 데쳐 먹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지 않으면 육수 맛도 변하고 채소도 너무 많이 익혀서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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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레오 ‘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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