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몰락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때문이지만 그 전부터 소통을 게을리 하며 국민들과 멀어져 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2017년 뉴스전문 채널 YTN은 15개 주요 국가지도자들의 기자회견 기록을 비교한 적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전년도 기자회견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은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로 41번, 호주 턴불 총리 30번, 독일 메르켈 총리는 29번을 기록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은 8번밖에 하지 않았지만 수시로 타운 홀 미팅에 참석해 국민과 소통하고 이들의 생각을 들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가장 회견을 하지 않은 나라로는 인도와 중국, 한국이 꼽혔다.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은 1년 내내 단 한번 기자회견을 했을 뿐이다.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밝히고 국민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광화문에 집무실을 만들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취임 2년이 지난 지금 이런 약속은 얼마나 잘 지켜졌을까.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보안과 경호를 이유로 슬그머니 폐기됐다. 지난 2년간 기자회견을 한 것은 단 세 번뿐이다. 박근혜 기록과 별 차이가 없다.
작년 12월 아르헨티나 순방 중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기자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아예 “국내 문제에 관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해 기자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했다. 이것이 진정 국민과의 소통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문재인이 맞는가.
대통령이 질문을 안 받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을 보고 그 밑에 있는 장관들도 따라 배운 것인가. 최근 들어 자기 말만 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장관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박상기 법무장관이 검찰 과거사위원회 활동 종료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해 기자들이 아예 회견을 보이콧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장자연, 김학의 등 껄끄러운 사건들이 많아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은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이를 그런 방식으로 깔아뭉개는 것은 ‘촛불 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 장관이 취할 태도는 아닌 것 같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20일 북한주민 4명이 탄 목선이 국경을 넘어 삼척항으로 귀순한 데 대해 사과를 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군의 경계태세를 점검해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에 대해서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너무 작은 목선이라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다 해도 수십 시간이나 국경을 넘어 온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문제지만 처음에는 이 배가 기관고장으로 표류하다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된 것으로 발표했다 국방부가 나중에 말을 뒤집은 것은 책임을 면하기 위해 사건의 진상을 은폐 조작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 장관이 앞장서 진실을 밝히고 적극적으로 소통해도 모자랄 판에 정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것 없이 허술한 경계 태세와 적극적으로 진상을 규명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은 국방장관이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장관들의 불성실한 태도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이들의 임면권자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전임자들의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기 바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