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요즘 가장 핫한 먹거리 중 하나를 추천해 보라고 한다면 나는 단번에 ‘초당옥수수’를 꼽을 것이다. 어릴 적 할머니께서 옥수수를 삶아 주실 때면 늘 소금과 설탕을 물에 적당히 풀어 옥수수를 삶아 주셨다. 옥수수에 얼마 없는 단맛을 보충해주기 위한 요리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 후로 품종이 개량되고 새로운 품종이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단맛이 많은 다양한 옥수수가 나오게 됐다. 하지만 이런 옥수수들은 주로 찜통에 쪄서 먹거나 삶아 먹는 방식으로 요리가 되거나 쪄서 옥수수에 버터를 발라 굽는 등 요리법이 많았다. 그러던 중 3년 전 초당 옥수수라는 충격적인 옥수수를 만나게 됐다.
옥수수밭에 촬영을 간 적이 있다. 일반 옥수수보다 키가 작은 옥수수들이 밭에 심어져 있어서 아직 수확할 시기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농부는 갑자기 옥수수 하나를 꺾어서 바로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는 깨끗하게 껍질을 벗긴 옥수수를 내게 내밀었다. 먼저 냄새를 맡고 “노랗게 잘 익었네요.”라고 말하며 옥수수를 손에 들고 농부를 쳐다봤다.
나와 마주 선 농부는 내게 옥수수를 권하고서는 내 손에 들고 있던 옥수수를 가져가 그대로 한입 베어 물었다. 나를 비롯해 그 순간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놀라는 동시에 모두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그냥 보기만 해도 딱딱한 느낌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옥수수를 받아든 나는 머릿속으로는 ‘도전’을 외치며 농부가 방금 한 것처럼 한입 베어 물었다. 순간 내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머릿속에 있는 옥수수 맛이 아니었다. 과일을 먹듯 과즙이 터져 나왔고 전분으로 인한 끈적임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깔끔함이 느껴졌다. 심지어는 과일보다 더 단맛이 강하게 느껴져 더욱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익히지도 않은 날 옥수수에서 이런 식감과 맛이 나올 수가 있을까’ 생각하며 옥수수 한 개를 순식간에 끝냈다. 당도가 너무 궁금한 나머지 나는 당도계로 브릭스(brix)를 측정해보았다. 옥수수의 순수 즙으로만 측정했다. 그 결과 무려 17브릭스가 나왔다.
말도 안된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다른 옥수수를 측정했다. 이번에는 17.5브릭스가 나왔다. 이 정도 당도라면 과일 중에서도 꽤 높은 단맛에 속하는 숫자였다. 흔히 여름에 많이 접하는 멜론의 경우 평균 14~15브릭스가 나온다. 구황 작물로만 취급받아오던 옥수수의 명예를 저 높이 올려주는 새로운 옥수수의 등장에 모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초당 옥수수를 맛본 사람들은 대박을 외치며 박수를 쳤다.
음식을 하며 이렇게 대박을 외치며 박수를 받아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초당 옥수수 앞에 겸손해 질 수밖에 없었다. 요즘처럼 뭐든지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정말 트렌드에 딱 맞는 먹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라고 할 건 없으나 어쨌든 익히지도 않고 날 것을 바나나처럼 쉽게 벗겨 먹을 수가 있고 무엇보다도 요즘 트렌드인 단맛이 풍부해 많은 사람들이 좋아 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는 초당 옥수수가 풍년이라고 한다. 벌써 온라인에서는 예약 판매가 시작됐다. 한 가지 먹는 팁을 드리자면 이 초당 옥수수는 냉장이나 실온 보관 기간이 짧기 때문에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가 먹고 싶을 때 꺼내 얼어 있는 상태로 먹으면 시원하고 달콤한 별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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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레오=‘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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