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요즘 ‘기생충’ 열기가 뜨겁다. 6일로 개봉 8일째를 맞는 이 영화는 이미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순익 분기점이 370만 명이라니 투자한 돈은 뽑고도 남은 셈이다.
이 영화의 흥행 성공은 이미 예상된 바다.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국영화로는 처음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받은 데다 주제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인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다루고 있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했다.
거기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디테일에 강한 봉준호의 연출에다 ‘믿고 보는 국민 배우’ 송강호를 비롯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등등 모자랄 것 없는 작품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이런 요소들이 칸에서 심사위원 전원 일치로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유일 것이다.
이 영화를 본 한 영국인은 봉 감독에게 무대를 런던으로 옮기고 똑같은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어도 영국에서 큰 히트를 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이 영화의 성공이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이슈를 다룬 데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 줄거리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온 가족이 백수인 기택이네 일가가 장남 기우의 친구 덕에 박 사장 집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우선 기우가 부잣집 딸 가정교사로 들어가고 이를 기화로 자기 여동생을 이 집 문제아동의 미술교사 겸 심리치료사로 취직시킨다.
그 다음에는 이 딸이 보통 여자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추잡한 방법으로 이 집 운전사를 쫓아낸 후 자기 아버지를 취직시키고 이렇게 일자리를 구한 아버지 기택이 역시 비열한 방법으로 같은 약자인 가정부를 몰아내고 자기 아내를 그 자리에 앉힌다.
이렇게 온 가족이 부잣집에 들어와 주인 일가가 집을 비운 새 푸짐하게 상을 차려놓고 자기 집처럼 즐기지만 이런 기쁨은 오래가지 못한다. 한밤중에 쫓겨났던 가정부가 들이닥치고 곧 이어 주인부부가 돌아오면서 기택 일가는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는다.
이 와중에 원래 있던 가정부가 희생되고 많은 관객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문제의 장면이 등장한다. 15세 관람가라는 등급에 걸맞지 않게 부잣집 주인 부부의 섹스장면이 등장하는데 왜 이런 장면이 들어가야 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모 자식이 함께 구경을 간 사람들은 얼굴이 좀 화끈거렸을 것이다.
이 부분은 언론에서도 지적됐다. 빈부격차와 승자독식을 다룬 영화가 스크린의 70%를 장악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그러나 이보다 심각하면서도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이 영화에서 IT기업을 운영하는 부자로 나오는 박 사장은 기택 자신이 인정하듯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다. 영화에서도 반지하 방에서 사는 사람들의 몸에 밴 나쁜 냄새를 싫어하는 것을 제외하면 잘못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기택은 영화 마지막에 그가 자신과 같은 가난한 사람들을 우습게 본다는 이유로 살해한다. 그리고는 도주해 하루하루를 연명하는데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데 대한 아무런 죄책감이 없다.
하긴 이에 앞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원래 가정부를 모함해 축출한 후 죽이고도 아무런 반성도 눈물도 없었다. 극한 상황에 놓이면 인간에게 도덕감 따위는 사라진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가. 아니면 가난한 자를 깔보는 부자는 죽여도 된다는 것인가. 영화가 도덕 교과서는 아니지만 이런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현실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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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어떤 교훈을 바라거나 가르침을 얻으려하지마시길. 정부나 교회에서 지원해만든 프로파간다 영화가 아닌이상 영화의 단 하나 목적은 흥행에 성공해 돈을 버는겁니다. 이런 영화가 맘에 안드시면 PG-13영화 보면 됨. 영화에는 도덕성이라는게 없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