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의 원산지는 멕시코로 컬럼버스에 의해 15세기 후반 유럽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다시 아시아에 전한 것은 포르투갈인으로 한반도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김치를 비롯해 고추를 빼놓고 한국음식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에 들어온 역사는 그다지 오래되 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고추라는 이름은 ‘매운 나무’를 뜻하는 ‘고초’에서 왔다고 한다. 우리가 맵다고 느끼는 맛은 사실은 고통을 느끼게 하는 통각을 자극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옛날 사람들도 매운 맛과 고통과의 관계를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음식이 당긴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매운 맛이 초래하는 고통을 완화시켜 주기 위해 몸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고추의 효능은 많다. 고추의 매운 맛은 그 안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 성분에서 오는데 이것이 항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연구결과 밝혀졌다. 이 성분은 또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지방이 체내에 축적되는 것을 막아준다. 그런가 하면 고추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해 피로회복을 돕고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요즘 한국에서는 매운 맛 열풍이 새롭게 불고 있다. 몇 년 전까지 들어보지도 못했던 ‘불닭 볶음면’ 같은 제품이 매운 맛의 강자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신라면’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중국 사천요리의 핵심인 마라를 넣은 제품들이다. 마라탕 면을 비롯, 마라를 넣은 김밥부터 만두, 도시락까지 요즘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편의식은 마라가 대세다. 2012년 문을 연 마라탕 프랜차이즈 ‘라화쿵부’는 최근 매장 수가 70개를 돌파했다. 매운양념에 여러 재료를 볶아 먹는 ‘마라상궈’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올 4월까지 인터넷에서 마라탕 검색 건수는 3만6,000건으로 2년 전에 비해 11배가 늘어났다. 과거 중국 유학생들이나 한국체류 중국인들 사이에만 인기 있던 마라 음식이 전 국민 속으로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라는 중국말로 ‘얼얼하고 맵다’라는 뜻인데 특유의 향이 나는 사천고추를 원료로 하고 있다.
음식의 매운 맛을 재는 수치로 스코빌 지수라는 것이 있다. 한국 사람들이 매운 고추의 대명사로 인식하고 있는 청양고추가 1만 정도인데 사천고추는 10만에 달한다.
이런 매운 맛에도 불구,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 한 번 먹으면 자꾸 먹게 된다는 것이 먹어 본 사람들 이야기다.
마라 전문 음식점이 있는 곳은 역세권이 아니라 ‘마세권’, 마라 음식을 많이 먹어 피에 마라가 얼마나 섞여 있나를 재는 ‘혈중 마라 농도’라는 말까지 나왔다. 일부에서는 ‘맵다’ 대신 ‘마라하다’는 말을 쓰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에 이처럼 마라를 비롯한 매운 맛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살림살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어린 학생들은 대입 준비에, 젊은 사람들은 취직 준비에 너무 힘들고 중년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너무 안 돼서, 은퇴를 앞뒀거나 은퇴한 사람들은 노후 걱정으로 모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매운 맛으로 이를 달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고 보면 한국의 매운 맛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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